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지리산

[ 지리산 둘러보기 1 산행 스케치 ] 촛대봉, 청래골

에 버 그 린 2007. 4. 1. 00:29

[ 폭우속의 촛대봉-연하봉 ]

언   제 : 2003년 7월 13일 (일)
어디로 : 거림(06:00)ㅡ 촛대봉(10:00)ㅡ연하봉(11:00)ㅡ거림(14:30)

누구와 : 오케이님들(수도권님들,부산사님들, 대구산사님들)
날  씨  : 폭우

 



토요일 일기예보는 일요일 비올확률이 90% 이상이란다.
그래도 전국의 산님들과의 약속이 있으니 모두 즐거운 마음인듯 달리는 버스안에서는
주거니 받거니 한잔술이 돌아간다.
산행시 피로할테니 딱 한잔씩만 하신단다.

거림의 새벽녁은 어스름한데 계곡에 물내려가는 소리가 큰 폭포소리보다 요란하다.
부산님들이 정성껏 끓인 재첩국에 밥을 한술 말아먹고 주섬주섬 산행준비를하자
A팀에 속해있던 몇몇분이 장난끼섞인 행동으로 같이 산행에 나서듯 부추기고 있다.

18명.
거림골을 따라가다 보면 좌측에 민가가 있고 벌통이 두개 보인다.
벌통 우측 산길로 접어들어 오늘의 산행이 시작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날씨가 안좋을때 산행하며 느끼는 생각중의 하나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나 하며 다음부턴 다신 안해 하고 다짐하지만 산에서 내려오는길에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하며 다 잊어버린다.

내 키보다 높은 산죽밭을 지나며 황금능선이 무색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끝은 있겠지 지까짓게...
간간히 천둥소리까지 들리니 이 비가 그칠 조짐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산죽을 벗어나니 이번엔 철쭉 가지들이 가지말라며 붙들고 통사정한다.여기서 같이 놀자고...
그 가지들을 밀쳐내니 야속하다고 뺨을 때려대는데 얼굴이 따끔따끔하다.
검은 암릉들이 간간이 나타나고 그 바위들에 노랗게 얼굴을 내민 돌양지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보기 좋다. 일행중에 돌양지 선배님의 필명이 탐나기도 한다. 확~.뺏어부러?ㅎㅎㅎ

잡목이 많은탓에 속도가 나지않아 나에겐 다행이다. 그런탓에 그나마 쫓아갈수 있으니..
휴식시간이다. 얼마나 남았느냐의 남희님 질문에 한성선배님이 거의 다왔다고 하신다.
파란하늘님은 산에서 그런 대답의 종류를 하나씩 들면서(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여기만 통과
하면 된다. 거기만 넘어가면 된다.....등등) 믿지 말란다.

진행시간과 고도계를 맞춰보니 약 40-50분이면 도착할것 같다.
검은 암릉이 연이어 나타나고 돌양지꽃들이 지천이다.
힘겹게 암릉들을 넘어가니 주능에서만 보이던 사자바위가 반대편 방향으로 보인다.
정확히 4시간 올라왔다.

빗속에 아침을 펼치고 빗물에 밥 말아먹는다.
때마침 우박이 떨어져 그것도 다 챙겨먹지 못하고 황급히 거두어 버린다.
잠시 휴식하는중 놀랍게도 칼3님이 단독으로 뒤따라왔다.
중간에 길이 희미해 고생도 많이 했단다.

개인적으로 연하봉을 좋아한다.
옅은 구름에 덮혀있는 연하봉을 바라보며 양쪽에 펼쳐진 범꼬리 군락에 모두들 환호성친다.
등로 양옆으로 노루오줌과 활짝 피우려고 준비중인 비비추가 발길에 밟힐까 걱정이 된다.

연하봉에서 단체로 기념사진 한방을 찍는다.
누군가 "170이하 모여!"란 소리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이제 하산길이다.
여지없이 나타나는 산죽과 잡목에 걸려 두어번 미끄러지고 뒤에서 따라오던 파란하늘님은
키가 커도 이런길은 안좋구먼 하며 웃으며 따라온다.

계류를 한차례 뛰어넘는다.
뒤에 여자 대원들이 걱정되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분들이 누구인가?
돌양지형님,날뫼골 물소리형님, 부산사의 조은산님, 칼3님등등..
걱정 된다면 오히려 내가된다.ㅋㅋㅋ

등로가 수로로 바뀐 지점을 벗어나 한성선배님과 고개마루 선배님과함께 후미를 걱정하다
나와 파란하늘님이 남기로하고 다른 대원들은 먼저 내려 가신다.
얼마후에 나타나는 님들.
나중에 알고보니 조은산님이 계류에 슬링을 걸어 안전하게 건너게 했다는 것이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 조은산님에게.
나만 뛰어 넘어와 그대로 진행한것이 부끄럽다.

남은 떡을 한조각씩 나누어 주고
수로로 바뀌어버린 등로를 텀벙거리며 무사히 모두 산행을 마친다.

뒤풀이장소에서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된 몸을 씻고 모든님들이 동동주와 비빔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악수들을 청한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님들.
산행 기획하시고 우중산행을 능선산행으로 안전하게 이끌어주신 이한성 선배님과
모임을 위해 애쓰신 부산님여러분, 대구님여러분, 또 더이상 어떻게 놀수는 없다를
확실히 보여주신 수도권 산님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