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충청권 산행 스케치

[충북알프스(1) 산행 스케치] 속리산

에 버 그 린 2007. 10. 27. 08:37

 

[충북알프스(1)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4 ,12 , 26 (일)
산행구간 : 활목고개-상학봉-묘봉-관음봉-문장대-법주사
산행인원 : 추백팀 19명
날      씨 : 맑은후 가끔 흐림

충북 보은군이 구병산과 속리산, 관음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충북알프스'로
지정하여 많은 산님들에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구병산 구간과 백두대간의 속리산 구간, 그리고 속리산 서북능선을 연계하여 43.9km의
긴 구간을 보은군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지만 이미 많은 산님들에겐 구간구간이
알려져 있던 경관이 아주 뛰어난 능선길이다.

어느덧 속리산 구간에 들어선 추백팀의 컨셉에 맞추어 충북알프스 한 구간을 대간처럼 역시 남진을 해본다.
활목고개에는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 이정표가 서있고 오송이란 지역명을 알리는
마스코트가 애교있는 모습이다.

06:00
절개지의 펜스 끝나는 지점으로 올라서서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간다.
잠시 오르자 벌목한 지점이 나오고 등로는 우측으로 약간 이어지다 다시 윗쪽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랜턴불빛에 희끗희끗 비치는게 있어 눈이 오는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다행이
나뭇가지의 잔설이 바람결에 날리는 것이다.

지리산 코재가 코가 땅에 닿는다고 해서 코재라 했던가?
하지만 주능선에 닿기까지의 이곳은 정말 코가 땅에 닿을 것 같다.
주능선에 오르자 마치 보름달처럼 둥근 달과 별들이 반기고 있다.

기온이 꽤 쌀쌀하게 느낄 정도인데도 땀을 흘린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진 않았지만 사물의 식별이 한층 용이해졌다.
앞에 보이는 능선이 뾰족뾰족한게 암릉지대를 암시하는 것 같다.
주위를 정확히 분간할 수 없으나 이 봉우리가 미남봉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미남봉에 올라 주위도 한번 둘러보니 지난 백두대간의 청화산에 구름에 걸려있고
그 앞쪽으로는 백악산 능선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미남봉을 내려오니 한동안 육산 형태의 능선길이 밋밋하게 이어지고 잘 발달된
능선을 버리고 좌측의 작은 능선으로 내려선다.
이후 작은 암릉이 나타나며 전망대도 나타나 이제 뚜렷하게 보이는 미남봉을
돌아본다.

07:30
바람이 없는 사면을 택해 아침식사를 하지만 이른 아침인지라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대간길에서 아침 식사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봄날씨 이다.
따뜻한 국물에 식사를 마치고 상학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넘으며 바위 밑에 둥그렇게 파진 샘을 발견하지만 샘물은
꽁꽁 얼어 마실수는 없었다.
멋진 바위너머로 보이는 대간길의 조항산과 청화산을 보며 경관이 좋다고 생각한다.
능선길을 걷다가 가평 이씨의 묘를 지나게 된다.
이런 외진 곳에도 묘가 있으니 어떤 깊은 사연이 있겠단 생각도 든다.

상학봉 전위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 안부에 도착해 보니 직벽에 로프가 매달려 있다.
주위엔 잡을것 하나 없고 매끄러운 바위에 그냥 로프만 달랑 있는데 올라야 할 높이가
10m 정도는 족히 되어 보인다.

눈까지 살짝 덮혀 있는 바위가 위험하게 느껴졌는지 앞서 가신 분들도 좌측의
우회길로 내려가고 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안전이 최고라는 생각과 함께
앞선 일행을 따라 우회길로 내려 간다.

조금만 우회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바위봉이 워낙 큰 암봉 인지라 하염없이 내려가더니
이제 다시 직진길과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내려왔으니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 부리부리님은 직진길로 계속 진행해 묘봉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올라가는 길은 말이 우회길이지 여기 저기서 그냥 바위로 올라갈걸 하는 후회의
소리가 나올 만큼 장난이 아니다.
주변에 잡을 것도 썩 좋지 않았고 살짝 온 눈 때문에 길은 더욱 미끄러워
결국은 앞으로 미끌어 지며 호되게 넘어지고 만다.

우회해서 오른 능선상에서 바라본 상학봉과 뒤에 펼쳐지는 관음봉과 문장대의 모습이
멋지게 펼쳐진다.

10:00
상학봉 정상은 철 사다리가 놓여 있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석이 있던 자리에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놓여 있던 자국만 볼 수 있다.
아쉬운 마음 이지만 훌륭한 조망으로 위안을 삼는다.

상학봉에서 묘봉을 바라보니 어떤 산님이 묘봉위에 홀로 우뚝 서 있다.
나중에 보니 우리 일행인 부리부리님이 아닌가?
물어볼 기회를 놓쳐 그냥 산행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상학봉 우회할 때
묘봉으로 그냥 직진한 것 같다.
그럼 부리부리님은 상학봉-묘봉 구간을 땜빵해야 한다. ㅎㅎ

상학봉에서 묘봉으로 가는 암릉도 오르락 내리락 재미있다.
죽겠다며 엄살 부리면서도 잘 올라가고 잘 내려간다.

11:20
묘봉에서의 전망도 좋아 지나온 능선길과 청화산 방향의 백두대간 능선과
속리산의 전망이 점점 더 가깝게 보인다.
지나온 상학봉의 모습이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멀리 화양계곡을 끼고 있는 도명산과 낙영산 그리고 백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낮게 보인다.

묘봉에서 관음봉 방향은 무심코 진행하면 계곡 방향으로 직진하게 된다.
좌측으로 관음봉의 방향을 주의해야 한다.
계속되는 암릉의 연속과 비좁은 개구멍을 통과하게 되는데 덩치 큰 사람은
빠져나가기 힘들다.

12:30
관음봉의 전위봉 안부 사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관음봉으로 향한다. 암릉의 특징이 그렇듯이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오늘 산행에서 보기드문 산죽길이 나오는데 키를 훌쩍 넘는 높이다.

바위 봉우리인 관음봉도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바위를 부둥켜 안고 몸을 돌려 내려서야 하는 지점도 있고
위험스럽게 오르내리는 지점이 많이 있다.

로프와 나무뿌리에 의지하며 힘겹게 오른 관음봉은 넓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휴식하기도 매우 좋고 따뜻한 날씨라면 정말 내려가기 싫은 그런 봉우리이다.

그런 만큼 조망 또한 훌륭하여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과 백악산, 그리고 충북알프스
구병산 구간과 가야 할 문장대가 지척으로 느껴지고 입석대와 천황봉이 가깝게
다가와 보인다.

관음봉에서 문장대로 내려서는 길은 바위에 눈이 덮혀 있어서 인지 쉽게
찾지 못하고 눈 덮힌 바위에서 여기저기 찾기도 부담스러워
우측 아래를 보니 희미한 길이 보이며 우회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곳도 쉽게 내려설 수 없는 길이다.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관음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과 만나며 관음봉 우측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다시 등로가 합쳐지는데 이길이 관음봉에서 직접 내려 오는 길 이다.
아마 바윗길을 통과해야 하는 것 같았으나 눈이 살짝 덮혀 있어 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제 문장대로 오르는 길만 남았다.
미끄러움과 봉우리마다의 긴 휴식으로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난 상태이므로
문장대에서 바로 법주사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문장대 밑을 통과하며 지붕같이 생긴 바위에 큰 고드름이 달려있어 보기 좋다.

경찰 송신탑과 문장대 사이의 사태난 길을 오르는데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린다.
중간에 몇시간 외도를 하고 문장대로 다시 오른 김선배님 이다.
한사람 한사람 기다리며 먹을 것도 쥐어주는 자상함도 보이신다.

문장대도 올라가 본다.
달라진 모습 없이 그대로 이지만 역시 조망은 뛰어나다.
암릉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림을 못내 아쉬워하며 실질적인 산행은 이곳
문장대에서 끝이 난다.

문장대 휴게실에서 막걸리 몇 병이 순회하고 나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잔치국수를 먹는다.
산에서 맛이 없는게 없겠지만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셨다.

잘 다듬어진 계단길로 내려선다. 나무와 돌로 만든 계단길이 이어진다.
너무 밋밋해서 이 길을 다니진 않지만 가장 최근에 다닌 것이 6년전 인가 보다.
그때만 해도 휴게소는 문장대 바로 밑의 국수를 먹은 곳과 7부 능선쯤 간이
휴게소에서 막걸리와 음료수를 파는 곳 외엔 없었다.

지금처럼 곳곳에 휴게소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문장대에서 세심정까지 아마 5-6개는 족히 되는것 같다.
도로가 포장도 되어 있다.
자연과 흙길을 원하는 것은 산꾼들 만의 이기적인 생각일까?

주차장까지 지루하게 걸었다.
간단한 세면 후 가진 뒤풀이는 M님의 어머니께서 직접 공수하신 자연산 굴과
유케이님이 공수하신 과메기로 푸짐한 식사가 되었다.

이렇게 틈틈이 먹거리도 준비해 주시는 따뜻한 정이 있는 마음씨와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다리며 한사람 한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그런 마음씨들이 있어 산님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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