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사람들의 혼이 살아있는 도솔봉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5, 5, 29 (일)
산행구간 : 죽령-도솔봉-묘적봉-솔봉-시루봉-촛대봉-저수재
날 씨 : 여름날씨 같이 푹푹 찌는 날씨.
작년에 일행들과 같이 산행하지 못한 구간을 이제야 가게 된다.
팀 산행은 한번 빠지게 되면 짜여진 일정과 다른 일들이 또 있으므로
시간과 교통편등 혼자 해결할 짬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아직도 몇 구간이
더 남아 있다.
오늘 구간은 올해 초 2월26일 12:15 “부산 산사람들”에 의해 정상석이 세워진
도솔봉이 주봉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당시에 직접적인 응원을 하진 못했지만 마음속으론 정상석 운반과 시산제가
무사히 끝나길 바라던 기억이 있다.
산행하려는 사람들의 차량이 혼잡해서 인지 죽령에는 많은 수의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자, 관리공단 직원들이 일찍부터 자리하고 있어 오랜만에 입장료도
지불해 보고 마침 차량회수도 걱정이 되었는데 모범운전자의 명함도 받아 둔다.
죽령 주막 맞은편 들머리로 들어서자 마자 죽령 옛길이 좌측 아래로 보이는데 옛날
사람들은 저길로 이 죽령을 넘어서 제천을 거쳐 한양까지 올라갔다 한다.
등로는 낙엽송 숲길 사이로 지나며 오솔길 같은 길을 걷게 된다.
낙엽송 사이를 지나며 길옆에 늘어선 애기나리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등로 좌우로
도열해 있는데 지난 주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본 것보다 키가 훨씬 크고 꽃도 더 크다.
지난주와는 날씨가 많이 다르다. 거의 여름 수준이다.
가뜩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데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으니 얼마나 물을 들이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샘터 입구를 그냥 지나쳤는지 보이질 않아
그냥 얼려온 물을 마시니 뱃속까지 시원해 진다.
길옆에 앙증맞게 자리한 연보라색의 꽃을 보며 앵초라 생각 되는데 맞는지 모르지만
사진에 담아 보기도 하고 더운 날씨 핑계삼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오르니 돌탑이
한 개 보이는데 어느 님의 추모비 이다.
저님도 산을 어지간히 좋아하다 가신 모양이다.
산딸기 비슷한 꽃도 찍어보고 흰제비꽃도 찍어본다.
김선배님이 없으니 꽃 이름을 물어 볼 수도 없어 조금 답답하다.
금강 애기나리도 있는 것 같고, 조금은 섬뜩한 기분을 주는 거미 같은 꽃도 있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이거 산행인지 꽃구경인지 구분이 안된다.
등산로 없음이란 팻말을 보고 봉우리 확인차 올랐더니 도솔봉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지금까지 조망이 없으니 답답하던 차에 그나마 조금은 시원하다.
다시 백하여 도솔봉 방향으로 향하다 보니 나무 사이로 삼형제봉과 그너머로
도솔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뒤로는 소백산 봉우리들 연화봉,비로봉,국망봉,상월봉이 일렬로 도열해 서있다.
도솔봉이 멋지게 조망되는 바위전망대를 지나자 절벽에 인공 설치물 계단을
지나게 된다. 도솔봉이 왜 이리 멀다냐?
부산님들은 도대체 그 바위덩어리 정상석을 짊어지고 눈에 미끄러지며 어떻게
올라갔단 말인가? 생각 만으로도 기가 질리는 보통 일은 아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 벌려고 한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저 산을 좋아하고 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조금 더 가졌을 뿐일 텐데.
운반에 참여를 했던 하지 않았던 누구라 할 것 없이 부산 산사님들의 노고와
정성에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삼형제봉에 오르니 도솔봉이 바로 코앞이다.
추백팀이 이곳에 왔을 때 날씨가 별로 안 좋았다고 들었는데 오늘의 조망은
좋지만 너무 뜨거운 게 흠이라면 흠이다.
도솔봉에 오르자 여전히 서있는 돌탑과 그 옆에 도솔봉이라는 정상석이 보인다.
한걸음에 달려가 정상석을 쓰다듬어 보곤 아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려 본다.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작 운반을 한 산님들은 내가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님들의 거친 숨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듯 하다.
지나온 능선길과 앞으로 가야 할 묘적봉을 지나 촛대봉까지 이어진 능선이
장황하게 펼쳐진다. 언제 저기까지 가나. 걱정도 된다.
멀리 가스에 찬 모습으로 월악산도 보이지만 모습이 선명치 않고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다.
때마침 저수재에서 새벽3시30분에 출발해서 왔다는 북진 대간팀이 도착하여
조용하던 도솔봉이 시끄러워 진다.
산행 대장인듯한 사람이 정상석을 설명하는데 그냥 부산에서 사람들이
세웠다고만 설명하여 약간의 부연 설명을 더 해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도솔봉을 내려오면 헬기장이 있으며 검은 대리석의 도솔봉 정상석이 이곳에 또 있다.
소백산 전체의 조망은 이곳이 훨씬 더 좋아 천문대를 비롯한 주봉들을 모두 볼 수있다.
헬기장을 내려오면 멋진 바위봉을 좌측에 두고 고무계단을 내려오게 된다.
이곳에서 묘적봉과 앞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잘 관측된다.
묘적봉에 도착된다.
작은 돌탑과 동판이 바닥에 뭍혀 있으며 조망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조금 더 진행 후 점심 식사를 하는데 땀을 많이 흘려서 인지 밥맛이 없어
평소대로 물 말아 한 그릇 후딱 치운다.
묘적령 근처를 지나니 낙엽송 숲과 애기나리 군락지대가 이어진다.
이제 평범한 숲길을 내쳐 걷는다.
중간 중간 꽃들을 들여다 보지만 꽃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도솔봉에서 가물가물 거리던 철탑이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
대부분의 대간길이 그러하듯이 막바지에 이르러 힘 빠진 상태에서 오르내림이
심하다고 느껴지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1102봉---뱀재---1034봉--- 싸리재--- 1057봉 --- 배재 ---1084봉--- 시루봉 으로
이어지는 오르내림은 더운 날씨에 진을 빼기에 충분하여 마지막 뚝 떨어졌다
높이 올려 보이는 봉우리는 투덜거리며 올라야 했다.
투구봉에서 촛대봉으로 가는 길에 고비밭과 싸리밭이 볼만하다.
드디어 촛대봉이다.
저 아래 도로가 보이고 저수령 휴게소가 보인다.
죽령에서 만난 기사분께 전화를 하고 저수령에 내려선다.
휴게소에 들어가 씻을만한 곳을 물어보니 대간꾼을 위하여 샤워실을 빌려주고
1,000원의 요금을 받는다고 하는데 온수는 없단다.
우리가 언제 온수로 알탕 했나? 온수 흐르는 계곡이 있었나?
빨리 안내 하라고 하며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못해 온몸이 오그라 든다.
기사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죽령에 도착한다.
저수재에서 죽령까지의 메타기의 요금을 받는데 매우 친절하게 생각되어 혹시
대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 된다.
(개인택시 경북 16바 1229호 김인수 054-635-9368, 011-522-9368)
추백팀이 이 구간을 산행할 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벌재까지의 계획을 중단하고 이곳 저수령에서 마쳤다고 했다.
당시엔 안동의 녹산 선배님이 마중 나오셔서 수박도 주셨다고 한 것 같은데
조용한 모습의 선배님의 얼굴도 떠오르니 오늘은 부산님들과 녹산 선배님과
같이 한 산행이라고 생각하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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