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33 ] 물한계곡,삼도봉,덕산재

에 버 그 린 2007. 10. 28. 00:09

  

[물한계곡-삼도봉-부항령-덕산재 산행스케치]

  

산행일자 : 2005 . 5 . 22 ()

산행구간 : 물한리-미니미골-삼마골재-삼도봉-부항령-덕산재

산행인원 : 추백팀 18

     : 오전엔 서늘하며 흐리다 오후엔 맑음.

 

 

지난 구간을 우두령-민주지산-도마령으로 군것질 산행을 하였으므로

이번엔 물한계곡을 거쳐 삼마골재로 올라 다시 삼도봉을 오른 후 삼도봉에서

좌측으로 이어져 가는 대간길을 걷게 된다.

 

이제 5 훤해지나 물한계곡의 아침은 어둑어둑한 기운이 남아있다.

오늘은 추백팀과 같이 몇 번 같이 산행한 월류님의 아들 한슬이가 합류했다.

대간길이 능선이다 보니 계곡을 들머리로 잡는 경우가 흔치 않으나

오늘 아침을 깨우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향한다.

 

아마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깨신듯한 할머님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위쪽 길로 올라 가라고

하지만 우린 황룡사를 구경하러 밑의 길로 들어선다.

다시 한번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찰이려니 기대를 걸고 절 입구를 향하지만 마치 민박집을 연상하는 집 현관에

황룡사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그 뒤쪽의 작은 일주문을 통하여 대웅전으로 들어서게

된다.

 

생각보다 살펴볼 거리가 없음을 아쉬워하며 다시 돌아 나와 계곡길로 접어든다.

오늘은 인터넷상의 동호회 모임이 민주지산에서 있다는 수객님의 소리를 들었으나

아쉽게도 시간이 맞지는 않아 그 동안 눈에 익었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맑은 계곡물을 보며 오후에 하산시에 이런 계곡물을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기대에 그칠 뿐이다.

 

어느덧 삼마골재 턱밑에 오르니 텐트 한동이 보이고 젊은 친구가 시간을 물어본다.

계곡이 가파르지 않고 쉬엄쉬엄 올라서인지 어렵지 않게 삼마골재에 오르고

삼도봉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을 오르게 된다.

지난 구간엔 멋진 운해를 구경할 수 있었으나 오늘은 운해 대신 맑은 조망을

즐길수 있다.

 

제법 경사가 이어진 길을 잠시 오르면 화강암 조형물이 있는 삼도봉 정상에 오른다.

2주전 우두령에서 부터 올랐던 능선길이 멀리 보이고 그 길이 이어져 삼도봉에

닿으며 다시 석기봉,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시 구름 바다에 잠겨있던 가야-수도의 능선이 이어져 보이고 삼봉 너머 이어지는

다음 구간인 덕유산의 스키장이 머리를 벗고 남덕유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강암 조형물 아래의 헬기장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폭신폭신한 느낌을 주는

대간길 능선으로 접어든다.

소나무란 이름표를 매달아 놓은 소나무가 보이니 이게 바로 소나무라며

고개마루 형님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낸다.

 

짧은 산행이라고 해서인가?

시간 개념도 없이 마냥 늘어지며 걷는다.

간식도 충분히 먹고 조망을 즐기며 순수한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도취도 되어 본다.

 

멀리서 보면 고랭지 채소단지 같이 보이나 가까이 가보니 토사유출 방지를 위한

인공물이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 등로 좌 우측이 애기나리 군락으로 변한다.

이런 군락이 나타나면 주위는 어김없이 이깔나무 숲이거나 소나무 숲으로 변한다.

 

감탄을 자아내는 이런 모습들은 말로 표현이 않된다. 그저 봐야 하는데

어느 순간엔 다시 등로 좌우가 은방울꽃 군락으로 변한다.

그저 신기하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오면 은방울꽃의 향기가 마치 어느 여인의 향수 냄새처럼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 은은한 향기를 향수로 개발할 수만 있다면 날개 돋힌 듯

팔리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등로 옆엔 또 취나물의 천국이다.

맘만 먹고 1시간 정도만 할애 한다면 금방 한자루는 채우지 않을까 생각된다.

 

야생화엔 문외한 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자주색꽃이 보인다.

등로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2송이가 더 보인다. 그쪽으로 가서 조심스레

사진을 찍어 나중에 김선배님에게 물어 보니 그 꽃이 흔히 볼 수 없는

개불알꽃이란다.

흔치 않은 꽃이면 이름좀 이쁘게 지어 주지. 하필이면 개ㅇㅇ꽃이 뭐람?

 

어느 무덤가에 도착되니 온통 고사리 밭이다.

여기도 귀하다던 구슬봉이꽃이 여기 저기 깔려 있다.

오늘은 아마도 야생화꽃과 취나물 산행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삼봉과 그 너머의 덕유산도 많이 가까워져 보인다.

폐광터를 지나고 역시 애기나리와 은방울꽃 터널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작은 봉우리들을 넘다 보니 저 밑에 버스가 보인다.

 

흑돼지 삼겹살로 뒤풀이를 마감하고 다음 차수의 덕유산 12일을

기대하며 모두들 술잔을 들어 건배한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