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백팀 덕유산 종주 산행스케치 ]
산행일자 : 2005, 6, 5~6 (일~월)
산행구간 : 빼재-백암봉-무룡산-삿갓재대피소-삿갓봉-남덕유산-장수덕유산(서봉)
할미봉-육십령
날 씨 : 맑고 바람이 없이 더움.
추백팀이 산행하며 아직까지 1박을 하지 못했다며 덕유산 구간을 2회에 나누어
산행하기로 두달 전부터 예고되어 왔다.
몇몇 분들은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본다며 비박 준비까지 하고
이번 산행을 기다려 왔다.
덕유산 종주라 그런지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주는 한걸음님을 비롯해 제맘대로님등
몇 분이 더 참가를 하셨다.
산행 준비하라는 소리에 눈을 뜨니 휴게소 위의 고개 정상에 버스가 도착되어 있다.
산행 들머리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오늘은 삿갓재 대피소에만 들어가면 되니
급한 것 없이 천천히 가기로 한다.
등로 좌측에 천남성이 보이고 이름 모르는 꽃대도 보인다.
아직까지도 피어있는 탐스런 산 목련을 보며 갈미봉에 도착하니 작은
반긴다.
시야가 조금 트이며 대봉이 보이고 우측으론 투구봉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30여분 오르니 대봉에 도착되고
적당한 넓은 돌에 대봉이라고 매직으로 써서
이곳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 중 못봉쪽에서 4분이 올라 오시는데 아침이슬을 모두 털어내고 오셨는지
바지와 등산화가 흠뻑 젖어있다. 덕분에 우리 선두가 좀 덜 젖게 생겼다.
전방에 못봉이 솟아있고 그 뒤로 덕유의 능선이 이어지며 향적봉이 좀 흉하게 보인다.
어느 분이 얘기 하신다.
국립공원 주봉에 스키장 세운 나라가 우리 나라이며 세계 최초라고...
못봉에 올라서 다시 높게 보이는 귀봉과 그 너머의 백암봉을 보게 된다.
벌써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 하다.
횡경재를 지나 귀봉에 이르니 장쾌한 덕유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룡산 너머로 작지만 고개를 내미는 남덕유와 서봉(장수덕유)이 보이고
머리위 우측으로는 향적봉이 위압감을 주고 서 있다.
송계 삼거리인 백암봉에 올라선다.
시원한 주능선이 눈앞에 펼쳐지니 이렇게 시원하게 능선이 보이는 곳은
당연히 지리산과 덕유산 또 치악산 정도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지리 종주보다 덕유 종주를 더 좋아하는 이도 있다.
선두는 배낭을 벗어 놓고 향적봉에 다녀 오러 갔나보다.
기다릴겸 과일도 깎아 먹고 물도 마시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시원히 조망되는 덕유의 모습이 오늘의 산행을 보상하는 것 같다.
백암봉에서 중봉을 보면 마치 설악의 중청에서 대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백암봉을 뒤로 하고 쉬엄쉬엄 걸어 동엽령을 향하다 적당히 그늘진 곳을 찾아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친다.
햇볕이 뜨거워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모자를 써 햇볕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며
동엽령에 내려선다.
돌아 보면 지나온 백암봉과 못봉, 대봉을 잇는 능선이 길게 이어지고
좌로는 병곡,우로는 칠연계곡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다.
무룡산이 점점 다가온다.
무룡산이 다가오면 향적봉은 멀어지고 남덕유와 장수덕유의 모습은 조금씩 더 보인다.
무룡산의 높이는 1491m로 높지만 동엽령에서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반면에 육십령에서부터 시작했다면 삿갓봉에서 힘 다 빼고 무룡산을
오를땐 누구라도 투덜거리게 된다.
무룡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삿갓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너머로 육중한 모습의
남덕유와 장수덕유가 보이면 곧 무룡산에 도착하게 된다.
무룡산에서는 지나온 향적봉 방향과 가야할 남덕유 방향이 멋지게 조망되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무룡산의 또 다른 매력은 삿갓재 방향으로 내려서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지금까지의 숲길 능선과는 달리 적당한 바위와 어울려 이어지는 평전의 모습은
마치 지리산의 세석평전을 연상케 함은 나만의 생각일까?
2년전 오케이 전국 모임인 남덕유 모임의 출발지인 남령이 멀리 보이니
당시 시끌벅적하게 전국의 각지에서 모인 산꾼들의 얼굴들이 눈앞을 스친다.
월령 좌측으론 멋진 바위봉의 수리덤과 월봉산이 이어지며 거망산과 황석산이
계속 이어지며 수망령 좌측으론 금원산이 높게 보이고 있다.
좋은 조망을 즐기며 쉬엄쉬엄 내려오면 눈앞을 삿갓봉이 가로 막으며
헬기장이 나오고 대피소의 지붕이 숲사이로 보인다.
녹색지대님이 다음날 일정 때문에 아쉽게 먼저 내려 가신다.
이곳까지 와서 먼저 내려 가려니 아마 더 아쉬움이 클것이라 생각된다.
삿갓재 대피소에 예약해둔 자리 배정을 받고 취사장에서 버너에 불을 붙이니
도시락에 익숙해져 있던 식사 시간이 구수한 밥이 되는 냄새와 각종 요리 냄새에
벌써부터 침이 넘어간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마치니 서서히 어두워 지고 밤은 깊어 가지만 대피소에 늦게
도착한 사람들의 저녁준비로 인해 시끄럽고 무질서한 모습이 대피소 문화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는 조금은 낯설게 보인다.
비박 준비를 한 사람들이 부럽다.
초롱초롱한 별들을 지붕 삼아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자연과 일체가 되니
이처럼 더 좋을 것이 어디 있겠는가?
부산한 소리에 잠을 깬다.
붐빌 것을 예상해 바로 취사장에 내려가 엊저녁 남겨둔 밥에 물을 말아 끓인다.
반찬은 비록 몇 가지 되지 않지만 그래도 한 그릇이 쉽게 비워진다.
오늘 필요한 식수를 준비하며 물 한 바가지로 고양이 세수를 한다.
지난밤 더워 잠을 설쳤는데 시원한 물이 얼굴에 닿자 상쾌함을 느낀다.
어제 컨디션이 안좋았던
무리하지 않고 내려가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산을 잘 아는 것이다.
비박팀도 모두 출발 준비를 마치고 삿갓봉을 향해 오른다.
남덕유 방향에서 삿갓봉을 오르려면 몇 개의 전위봉이 나타나지만
삿갓재 대피소 방향에선 바로 삿갓봉에 오르게 되니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햇살에 반사되며 보이는 무룡산 너머의 덕유 주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지며
20여분을 쉬엄쉬엄 오르니 삿갓봉
삿갓봉에 오르니 벌써 오늘 산행을 다 한 기분이다.
지척에 있는 남덕유와 서봉만 넘으면 내리막이기 때문일까?
남덕유를 오르며 뒤 돌아본 삿갓봉이 꽤 어렵게 보이는 것은
예전에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며 삿갓봉 넘기가 힘들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남덕유 갈림길에 선두에서 벗어 놓은 배낭이 보이지만 그대로 지고 올라간다.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갈림길에서 만나니까.
남덕유에 오른다.
2년전 오케이 전국 모임으로 북적대던 상황들이 눈에 선하며 그때 올라왔던 길과
내려갔던 방향의 길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이제 향적봉 방향은 멀게만 느껴지고 바로 옆의 서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철사다리만 올라가면 서봉이고 서봉에서 한발자국만 내려서면 덕유 능선길은
더 이상 볼 수 없어진다.
파리도 아니고 벌도 아닌 것들이 땀냄새 때문인지 떼거지로 달려들어 서둘러
남덕유산
서봉으로 가는길에 가시거리 형님과 아들 리틀 가시거리가 쉬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리틀 가시거리는 어제와 오늘 이어서 덕유를 종주하고 있다.
대견하고 기특하기만 하다. 간식거리와 비타민을 나누어주고 다시 출발한다.
철사다리를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곧 서봉(장수덕유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사방으로 시원한 전망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한참을 머문다.
이제 할미봉으로 내려설 때 부터 덕유의 주능선은 볼 수 없음을 아쉬워 하며
한동안 덕유의 모습을 눈에 담아 둔다.
덕유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바위 섞인 길을 요리 조리 내려와서 뒤돌아 보면
서봉 일대가 거대한 암봉으로 보인다.
남진 방향의 할미봉 역시 완만한 오름길이며 로프 구간만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할미봉 못 미친 지점에서 구름나그네님의 전화를 소슬님의 전화로 받는다.
후미가 왜 이리 늦냐고 한다.
그럼, 늦으니까 후미지. 빠르면 왜 후미해? 선두하지.ㅎㅎㅎ
리틀 가시거리와 함께 산행하는 상황을 얘기해 주니 이해를 한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어른스럽게 산행하는 리틀 가시거리가 기특하다.
할미봉의 마지막 로프를 통과하여 할미봉에 올라선다.
지나온 남덕유와 서봉이 위압감을 주며 양쪽에 도열해 있다.
바로 밑 바위봉 근처에 구름나그네님이 수박과 빵, 막걸리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이미 선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먹을게 남아 있다.
이거 누가 돈 주고 해라고 해도 못할 일이다.
이 더운 날씨에 수박 들쳐 메고 할미봉까지 올라 오다니...
산에서 만난 선배의 훈훈한 마음이 더운 날씨와 더불어 내 가슴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예전보다도 규모가 커진것 같은 채석장과 예전에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무슨 터를
만드는지 산을 많이 회손시켜 놓은 것을 내려다 보며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오다 보니
솔밭에 월류님이 시원한 깡통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땀을 뺀 상태에서 쉬지 않고 원샷 하는 콜라의 맛이란? 맥주 맛보다 더 좋을 것이다.
육십령에 내려 선다.
동촌님이 입술이 부르트도록 얘기하는 국수집이 생각 나지만 기다리는 일행들이 있어
버스로 향하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화장실에서 대충 땀을 씻어내고 뒤풀이 장소로 옮기며
촉석루에서 왜장과 함께 몸을 던진 논개 생가지도 잠깐 들러본다.
추백팀이 처음으로 1박을 하며 팀웍을 이룬 산행이었고 또
구름나그네 형님의 마중으로 더 기뻐진 일행들의 뒤풀이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무사히 산행을 끝낸 추백팀 여러분과 먼 길과 피곤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육십령과 할미봉까지 올라오신
모두 모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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