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호남권 산행 스케치

[ 두륜산 산행스케치 ] 두륜산,대둔산

에 버 그 린 2009. 6. 23. 12:27

[ 두륜, 대둔산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9, 6, 21 ()

산행구간 : 오소재-노송봉-가련봉-두륜봉-대둔-닭골

산행인원 : 밤도깨비, 청산, 날뫼골물소리, 백호, 큰산, 내경, 금물, 에버그린

     : 시종일관 구름속 행진

 

 

기맥팀이 땅끝의 두륜산 구간을 통과한다고 하여 두륜산을 한바퀴 돌아 보려 같이 산행에 나선다.

서울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남쪽으로 향할수록 비는 약해지며 새벽에 도착한 오소재에는

비는 그치고 대신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하다.

 

05:50

아침식사를 해결하는중 관광버스 2대가 도착한다. 준비운동도 하고 나름 철저한 산행준비들을

하였으며 조별로 리더와 포터까지 역활분담이 잘 되어있다.

들머리의 약수터는 이곳 사람들이 일부러 받아간다고 하는데 한모금 마셔보니 그럴정도는 아니것 같고

엊그제 마신 설악 마등령의 물맛이 그리워 진다.

 

 준비운동중인 다른 산행팀

 

 오소재의 약수터

 

습도가 높은 산길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다고 느낀다.

게다가 이대로라면 경치구경도 물건너 갔고 연화봉과 혈망봉으로 산행하려던 생각을 바꿔 그냥 기맥팀과

함께 산행하기로 하였는데 이 결정이 무척 잘못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앞서 가던 준비운동팀을 지나치고 먼저 관광버스에서 내린팀을 오심재에서 지나친다.

뿌연 모습에 볼것이 없는지라 그냥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지척인 암봉도 잘 안보이니 오늘 정말 너무하다.

오심재에서 10여분 더 오르면 노승봉 아래 헬기장에 도착되며 이곳에서 다시 7~8분 정도 오르면 밧줄과 체인이

앞을 가로 막으니 이제 암봉의 시작인가 보다.

 

 오심재

 

  노승봉 아래 헬기장

 

 

  노승봉 오름길의 로프와 체인

 

체인은 물기가 있어 미끄러워 오히려 위험하다. 로프에 의지해 오르면 제법 넓은 바위지대에 정상석은

간데없고 정상석 세워둔 자리만 남아 있다.

이곳에서 잠시휴식을 하고 가련봉에 오르지만 날씨가 좋아지긴 틀린 모양이다.

 

 노승봉

 

  가련봉

 

가련봉에서 내려오면 우측에 마치 새가 앉아 있는듯한 바위를 볼 수 있는데 뿌옇게 보여 더 신비롭다.

이 바위를 지나 10여분 걸으면 만일재에 내려서고 이곳에서 간단히 '국태민안'의 제를 올린다.

 

 새모양의 바위

 

 만일재

 

만일재를 지나 두륜봉 입구 삼거리에서 두륜봉을 왕복해야 한다.

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의 구름다리가 볼 만한데 오가는 사람이 있어 정체가 되기도 한다.

두륜산 밑의 대흥사에서 올려다 보면 바위 봉우리들이 멋지게 보이건만 이곳에선 고작 5m 정도만 볼 수 있다.

 

 

  삼거리 이정표

 

 구름다리

 

 두륜봉

 

 멋있다고 생각되어 사진에 담아 보지만 그냥 뿌연 모습만 보인다.

 

09:55

두륜봉에서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암릉길과 유격훈련을 마치면 비로소 도솔봉에 도착하는데 어떤 지도에는

'도솔봉(대둔산)' 이렇게 표기되어 있고 또 방송 중계탑이 있는 봉우리가 대둔산이라고도 하니 어떤것이

대둔산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도솔봉에서 휴식을 취하며 얘기를 나누던중 오늘 산행 선택을 잘못했다는걸 깨닫게 된다.

이 구간을 지나간 허허자 선배님은 이 구간을 지옥구간이라 했다하고 이름을 아는 모든 선답자들도

혀를 둘렀다는 얘기를 이제서야 듣게 되다니... 더우기 길이는 고작 11km인데 걸리는 시간은 10시간 내외란다.

우이씨~ 도까비형은 그딴말 하나도 안하더니...

 

 

 

  유격훈련장

 

 

 도솔봉

 

도솔봉에서 카메라를 배낭에 넣는다.

잡목도 심하고 나뭇가지에서 물은 줄줄 흐르니 어차피 사진찍을 일도 없을것이다.

도솔봉을 출발하려 한발짝 내 딛는 순간 그냥 고꾸라진다.

발밑이 보이지 않고 또 작은 돌들이 있어 허당을 딛는 느낌으로 넘어진 것이다.

다행이 다치진 않았지만 무릎에 약간 타박을 입은것 같다.

 

바위를 넘고 또 넘는다. 객꾼님 애견 '벤또'도 이곳을 넘었다던데...

여기 못가는 사람은 말 그대로 '개 만도 못한 인간'이 된다. ㅎㅎㅎ

도솔봉을 떠나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조금 넓고 잡목없는 바위지대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밥도 안들어 간다.

물 말아 훌훌 마시고 방울 토마토까지 비우니 배낭이 조금 가벼워 졌다.

 

 점심식사후 휴식을 취한 곳

 

식사후 또다시 절벽길을 오르내린다.

잘 보이지 않아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겠다. 

바위 절벽에 원추리가 멋져 보여 카메라를 꺼내 들이대 보았지만 원추리며 바위 봉우리며 역시 별로다.

 

온 몸은 땀과 나뭇가지에서 흐른 물기로 뒤범벅 되어 웰빙산행으로 되돌아간 후에 얼마만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꿈틀대는 뭔가가 요동침을 느끼기도 했으니 그 병이 도지면 큰일이다.

난 웰빙으로 가고 싶은데..

 

송전탑 두개를 지나니 비로소 닭골재에 내려선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쉰냄새가 온 몸에서 진동한다.  웰빙이 거지로 바뀐 순간이다.ㅠ.ㅠ

원래 계획은 달마산 넘어 미황사였는데 11km , 9시간 여기 닭골재에서 끝냈다.

 

큰산님 덕분에 후한 인심과 정을 느낀 식사 대접을 받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그날 산행 덕분에 지금 팔과 다리에는 분홍색의 칼라민로션이 발라져 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