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설악산

[ 설악산 산행 스케치 ] 1097능선,음지골

에 버 그 린 2007. 4. 1. 00:01
[설악산 산행 스케치] 1097봉,음지골

언 제 : 2003, 8, 16 ~ 17 (무박 2일)
누 구 : 밤도깨비님 , 영산님, 소의녀님 , 청아님, 아오자이님, 에버그린(6명)

작년 6월 1일부터 대간을 시작한 산오름님이 17일 진부령에서 남쪽구간을 마무리 하신다.
며칠전부터 이를 축하하기위해 준비하고 같은구간을 산행할까 생각도 했지만 마지막
구간을 부부가 함께하고 싶다는 산오름님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근처 설악 한자락을
산행하기로 한다.

진부령에 가깝고 차량회수가 쉬운곳을 생각하다 용대리의 음지골을 택한다.
아침 5시 30분.
원점회귀 산행을 생각하고 음지골 초입에서 계곡을 버리고 도면상에 잘 발달된
좌측능선으로 오르니 길은 뚜렷하지만 한가하기 그지없는 산길이 이어진다.

아마 이길은 청소년들 신체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그런 등산로인 것 같다.
신선한 아침공기가 폐깊숙히 들어오니 엊그제 녹초가 된 한강기맥 5구간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듯하다.
사실 속으론 걱정도 되었다.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17시간 30분의
산행을 하고 다음날 또다시 무박산행에 올랐으니 내겐 무리한 산행이 될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능선에 올라붙는순간 사라지고 온몸에 힘이 생긴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오르다 암봉(785 ?)에 도착된다. 우회길이 있으나 바로 넘어가고 싶은
생각도 드는 멋진 암릉길이었다. 하지만 암봉이 무척 크고 험하여 우회하기로 한다.

암봉을 지나고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아마 청소년 훈련의 하산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후 등로가 희미해지나 길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8시 30분 허기진다는 아우성소리에 아침상을 펼친다.

우와, 상추에 고추장 불고기까지 준비한 영산님 덕분에 포식한다.
커피에 후식으로 과일까지. 오늘은 먹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다음주에 백두대간 예정이신 청아님이 오늘 처음으로 산행을 같이 하신다.
몇 년만의 산행이라 하시는데 보통은 넘는 것 같다.

점점 고도는 높아가고 산행 4시간이 너머간다.
산오름님을 진부령에서 맞이하려면 지금쯤은 하산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하산하다 경치 좋은곳에서 휴식하고 널널하게 간식도 즐기고...생각만해도 즐겁다.
그런데 이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하산길은 보이지 않고 등로도 점점 희미해져 급기야 등로가 사라지게 된다.

이런 !
가벼운 산행을 예상하고 왔는데, 또 빨치산이 되어야 하다니….
엊그제 한강기맥의 오음산 구간이 눈앞에 스친며 몸서리가 쳐진다.
829봉(?)을 지나 등로없는 길을 헤쳐 나간다.
사면이 가파르나 모두들 조심조심 잘 오른다.
언뜻언뜻 주변이 보이나 봉우리들이 구름에 덮혀 어느 봉우리인지 알수가 없다.

도면상으로 1097봉에 가까이 온듯하나 오르면 전위봉이고 그뒤에 또 높은봉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조바심이 난다. 오늘 하루를 몽땅 할애한 산행이라면
충분한 시간이지만 오후 2시까지 진부령에 도착해야만 하니 심적 부담이 크다.

잡목을 헤치며 오르니 고도계로 1,160봉이다. 한숨 고르며 조망을 살피니
멀리 가리봉과 주걱봉이 마치 상어 지느러미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등로가 발아래 희미하게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가?
빠르게 내달리니 20m 전방에 3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저쪽방향에서는 진입하지
못하도록 나무로 막아 놓았다. 그리고 전방10m 지점에 높은산님 표지기가 보였다.
아마 작년에 음지골 산행시 달아 두었던 표지기인가보다.

이때가 11시40여분. 이제 2시간 만에 하산하여 진부령까지 가야한다.
하산시의 등로 상태는 알려진것 보다 꽤 좋다. 서둘러 내려오니 계곡 합수점이 나타난다.
생각 같아선 시원한 알탕을 하고 싶지만 얼굴에 물 한번 축이고 내쳐 달린다.

음지골은 크거나 웅장하진 않았지만 설악의 계곡이었다.
많은 소와 담 ,크진 않지만 멋진 폭포를 여럿 거느리고 있었으며 원시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허락하면 멋진 계곡을 벗삼아 점심식사와 계곡물에 머리라도 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계곡물이 녹색빛으로 물든 큰 나무 밑부분에 심마니들이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고
그날의 운수대통을 빌며 “심봤다 “를 외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비는 제단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발걸음을 재촉한 결과 2시간 만에 하산을 끝내고 서둘러 진부령에 도착하니 10분 지각인데
이미 산오름님 부부가 기다리고 계시다 반갑게 맞이하신다.
간단히 기념촬영을 마치고 남교리의 한적한 식당에서 오늘의 뒷풀이를 즐긴다.

오늘 몸풀기 산행을 하려다 제대로 된 오지 산행을 만끽하게 되어 기쁘고
또 대간 졸업식을 가진 산오름님 또한 기뻐하신다.
중산리에 내려드리고 진부령에서 회수(?)하였으니 나야말로 내 의무를 다한 것 아닌가?ㅎㅎㅎ

산오름형님 다시한번 대간 종주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