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스케치]
산행일자 : 2005, 1, 23 (일)
산행구간 : 오색-대청봉-희운각-천불동-소공원
산행인원 : 선배,발해,오리엔트,녹색지대,오투, 필, 필2, 월류2,외 추백팀(26명)
날 씨 :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포근함
영동지방에 눈이 50cm이상 쌓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월류님의 눈 산행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한다.
마침 해가 바뀌도록 대간길에서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 못했고 또 설악에 남겨놓은
구간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눈산행을 겸해 그곳에 길을 뚫어 놓기로 한다.
날씨가 풀린다는 일기예보는 있었으나 그래도 춥고 많은 등산 매니어들로 인해
산행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지체됨이 없고 봄날씨를 연상케하는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내설악 휴게소에서 이른 해장국을 한 그릇씩 비우고 한계령을 구불구불 넘어
오색에 도착하니 어지럽고 울렁거리며 심하게 차멀미를 느낀다.
나중에 알았지만 많은 분들이 차멀미를 느꼈다니 버스가 심하게 흔들렸던
모양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오색매표소는 대낮이다.
인원파악후 눈에 덮힌 등로를 따라 나선다.
예전에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가파른 능선길을 바로 올라치던 등로가 폐쇄되었고
계곡쪽으로 인공 설치물을 만들어 등로를 새로 꾸며 놓았다.
얼마쯤 올랐을까? 매서운 설악의 칼바람은 전혀 느끼질 못하고 입고 있던
윈드블럭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워진다.
걸음을 잠시 멈추어 옷을 벗고 폴라텍 티셔츠 바람으로 다시 오른다.
벙커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쳤거나 준비중 이어서
많이 혼잡스럽다. 그 와중에 사진 찍는다고 폼을 잡고 녹색지대님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오랫만에 밴댕이 회무침과 월류표 국으로 아침을 뚝딱 해치우는데
뒤에 있는 어떤 팀은 식사 준비가 되질 않았는지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몹시 난감해 하고 있다. 빵이라도 나누어 주려고 했는데 간식은 있다며
필요 없다고 한다. 중청 대피소도 가까운데 그곳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청에서의 전망은 훌륭하다.
점봉산을 따라 이어진 백두대간의 힘찬 줄기와 멀리 오대산과 계방산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중청과끝청을 따라 이어진 서북주능선은 귀때기청봉과
멀리 안산까지 이어지고 약간 좌측으로 가리봉과 뾰족하게 솟은 주걱봉이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화채능선과 천불동 계곡이 깊게 패여 있고 좌측으로 공룡능선이 이어지며
울산바위도 시야에 들어온다.
황철봉 너머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향로봉 너머로 작지만 선명한 모습의
금강산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조망과 포근한 봄 날씨를 연상케 한다.
단체사진도 한장 찍고 우리가 뚫어야 할 하산길에 들어선다.
작년부터 오버트라우저를 구입해 놓고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다며 이를 갈고 있던
몇몇분이 먹이를 찾고 있던 배고픈 이리처럼 눈 속으로 뛰어 든다.
이런 길은 뭐 특별히 러셀이 어렵다거나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재미있다.
경사가 급하니 좀 좋은가? 철퍼덕 주저 앉아 그냥 내려간다.
평상시엔 작은 규모의 암릉들이 있어 턱을 이룬 곳도 여러 곳 있지만 오늘은
눈이 많이 쌓여 있으므로 특별히 어려운 곳 없이 내쳐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마치 눈을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인가 보다 . 아예 드러누워 보기도 한다.
점차 고도가 낮아지며 희운각이 점점 가까워 진다.
여태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던 하산길이 조그만 암릉 앞에서 다소 지연된다.
평소 같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곳 이지만 눈이 있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 생각된다.
모두 조심스럽게 그 구간을 통과하니 드디어 눈앞에 신선대의 웅장한 모습과
화채능선이 눈앞에 크로즈업 되어 펼쳐진다.
희운각에 내려서니 반갑다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른체하고 그냥 지나친다.
가야동계곡 입구를 지나치며 바라보니 발자국이 전혀 없다.
무너미고개에 내려서기 전 전망대에 올라 배낭을 벗고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가 길어지나 생각하며 간식도 꺼내 먹는다.
기다리는 동안 천불동에서 올라 오는 산님들 몇팀을 보았는데 모두 야영장비를 지니고
있으니 내일 아침이면 출근 해야 할 나로서는 은근히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이번엔 희운각에서 올라오는 4분의 산님들이 눈에 띄는데 이분들 배낭도 큼직하고
특히 한분은 반팔 차림이다.
풍기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춥지 않느냐며 먼저 인사차 말을 건네고 보니
이분들이 다름아닌 산가사의 단풍님과 윤더덕님, 박너울님 이라 하신다.
여성분도 한 분 계셨는데 필명을 잘 못 알아 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네분의 기념사진도 한장 찍어 드리니 먼저 내려 가신다며
인사를 나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희운각 에서 커피도 사먹고 맥주도
한캔씩 나누어 먹느라고 조금 늦었다 한다.
무너미 고개에서 양폭으로 이르는 길은 말 그대로 눈썰매장 이었다.
어떤 아주머니 한분은 아예 비료 포대 한장을 들고 지나가며 나를 보곤 씨익 웃는다.
O2님이 신나게 미끄러지며 내려 가신다.
오버트라우져를 미처 입지 못한 나는 부럽게 쳐다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려 달린다.
간간이 시선을 사로잡는 봉우리들이 있어 걸음을 자주 멈추게 만든다.
양폭산장은 산행객들로 인해 음식냄새와 소음들로 인해 시끄럽다.
원래는 이곳에서 쉬며 모두 만나 간식 시간을 갖기로 했으나 그냥 통과하여
계곡의 한적한 곳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잦은바윗골과 설악골 입구에도 어김없이 발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양의
눈이 내렸지만 오히려 꾼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밑에 자리잡아 그런지 무감각하게 지내던 금강굴이 오늘따라 멋지게 보여
사진 한장 담는다.
소공원에는 크지 않은 규모의 얼음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용준의 욘사마 이어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되니 반갑게 맞이하는 분이 있다.
한강기맥을 같이한 박준규형님 이다.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고 막걸리를 한잔 권하시며
내가 사겠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며 형님이 기꺼이 계산 하신다.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사람같이 느껴지는 게 산사람의 끈끈한 정인가 보다.
몇번 가본 남애의 횟집에서 한잔씩 나누어 들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던 산행을
정리하며 모두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만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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