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떨린 치악산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4 .2. 1(일)
산행구간 :전재-매화산-천지봉-비로봉-세렴폭포-구룡사 (소요시간: 11시간)
산행인원 :죽비,칼잽이,안개무침,장난감병정,산오름,동촌,파란하늘,녹색지대,에버그린(9명)
날 씨 : 3월 중순쯤 되는 포근한 봄날씨. 구름과 해.
산행에 일가견이 있는 캐이님의 도움글을 보니 걱정이 많이 된다.
눈이 더 이상 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러셀이 충분히 되어 있기를 바라며
산행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되면 비로봉에서 내려 오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늘은 장난감병정님이 처음 산행을 같이 하시는데 경력이 화려하며 박강성의 노래 제목을
인용한 필명이 재미있다. 정말 그런건지 묻는다고 생각 하다가 결국 확인을 못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산행 시작 시간이 늦어졌다. 차량 한대를 날머리인 구룡사 입구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재로 향한다.
전재 정상 우측으로 목장 입구인 비포장 도로가 있으며 입구 좌측에 차량 3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입구 우측에는 작은 계단이 있으며 능선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보았으나 확실한 들머리인지
모르므로 그냥 목장으로 들어간다.
07:50
목장으로 향하니 개가 짖는 소리에 관리인이 나와 이곳은 통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걸로 보아 아까 주차한 공터 우측의 작은 계단으로 오르는 곳이 들머리인 듯 싶다.
사정 이야기를 하니 조금 더 가서 원두막 옆으로 나가라고 한다.
원두막 옆으로 나오니 표지기들도 있고 산길이 시작되며 목장 옆으로 이어온 길과
연결된다. 발자국들도 꽤 있으며 눈길을 걷기가 거북하지 않을 정도이다.
계곡물을 마시러 내려 왔는지 멧돼지의 발자국과 산토끼의 발자국들도 많이 보인다.
길은 우측 능선으로 이어져 본격적인 매화산 등로가 시작된다.
눈길은 발목정도 까지 빠지고 많이 쌓인 곳은 무릎까지 빠진다.
다행이 러셀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평상시 보다는 더 힘이 든다.
08:40
헬기장에 도착된다.산행을 마치기 전까지 헬기장은 오직 이곳 뿐이다.
다른산에 비해 헬기장이 인색(?)한것도 특이하다.
바람도 없고 기온도 높아 무척 따뜻하다. 그만큼 땀도 많이흘리게 된다.
산오름님은 반팔 차림으로 산행해도 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09:15
매화산 정상에 도착되니 정말 묘지가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곳이니
후손들의 정성이 대단하다.
조망 또한 훌륭하여 우리가 가야 할 천지봉과 비로봉이 뾰족하게 보이며 삼봉 투구봉
토끼봉이 나란히 줄을 서있다.
거침없이 시야가 확 트여서 인지 갈길이 가깝게 보이고 몇몇 분이 금방 갈 수
있겠다고 하신다. 이정표가 서 있으나 직선으로 방향만 가리키고 있을 뿐
실제의 등로는 방향이 다르다. 이곳에서 15분 휴식 후 출발한다.
이곳에서 천지봉의 등로 방향은 북서 방향의 길로 접어들고 곧바로 직진 형태의 길과
좌측의 급경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좌측의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워낙 경사가 급한데 눈까지 덮혀 있으니 미끄러지는 소리가 앞 뒤에서 들리는데
그 소리 따라 고개를 돌리면 바로 자기 자신이 미끄러질 정도로 위험하다.
아무튼 미끄러지며 나무 잡으며 어떻게 내려 왔는지 모를 정도로 온 신경이
발 밑에 가 있으니 위에선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댄다.
나뭇가지 신경 쓰면 발 밑이 위험하고 발 밑을 신경 쓰면 여지없이 따귀를 맞는다.
10:10
이렇게 40여분을 내려오니 수레너미재에 도착된다.
이후 눈의 깊이가 더 깊어져 걷기가 점점 힘들고 미끄러지는 횟수도 많아지니
자연히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한차례 땀을 쭉 빼고 오르니 966.8봉 이다.
좌측으로 보이는 천지봉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이내 출발하여 천지봉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11:30
천지봉이다. 바람도 없고 햇볕도 따뜻한데다 점심까지 넉넉히 먹으니
그냥 주저 앉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장장 1시간의 점심시간을 끝내고 출발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눈이 녹아 질퍽 거리며 흙과 범벅이 되니 오히려 눈길 보다
더 미끄럽고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은 사면으로 우회하고 눈이 없는 곳을 골라 다니니 시간도 더 걸리고
신경도 더 쓰인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기어이 땅 한 평을 사고 만다.
아예 미끄러진김에 엉덩이로 밀고 내려간다.
잔 봉우리의 오르내림과 미끄러움이 부담이 되어 힘들다고 느껴진다.
결국 일행중 한분이 넘어져 다리와 손등에 찰과상을 입고 또 다른 님은 팔꿈치가 까지는
부상을 입는다. 응급으로 지혈 후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니 더욱 발걸음떼기가
겁나는지 모두들 기어서 내려간다.
4:20
선두는 이미 한시간 전에 비로봉에 올랐지만 치료와 조심 산행으로 늦어진 일행은
4시 20분에 비로봉을 오른다.
선두는 도착후 바로 삼봉으로 산행을 해도 시간상 괜찮을 것 같았는데 팀 산행이니 만큼
일행들을 기다리며 멋진 조망을 즐기며 가져온 각종 술들을 한잔씩 했단다.
이미 시간상 삼봉으로 진행하기란 어려워 계곡길로 하산키로 한다.(4:40)
이곳부터는 사람이 많이 다녀서 인지 길이 마치 거울 같다.
아이젠을 모두 착용하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쉬엄쉬엄 내려오니 사다리 병창과
만나는 세렴폭포에 도착한다.(6:00)
이곳에서 구룡사 까지도 매우 미끄러운 길이 이어진다.
구룡사 앞을 지날 때 코끝에 와 닿는 솔 내음은 어스름한 산사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데
달빛마저 비치고 있으니 감정이 풍부한 동촌님은 거의 환장(?)하는 분위기다.
얼마전 어느분의 구룡폭포가 없어졌다는 얘기가 생각나 바라보니 정말 폭포가 무너져 있어
폭포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 저녁은 흑두부 전골이 일품 이었으며 산행 뒷얘기로 즐거움이 이어진다.
목표를 다하지 못한 산행 이었지만 큰 사고 없이 산행을 끝낼 수 있어 다행이었고
늦은 시간까지 같이한 모든 분들 즐거운 산행 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처음 산행에 동참해 주신 장난감병정님 만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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