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강원권 산행 스케치

[ 치악산 산행 스케치 (2) ] 투구봉,향로봉,남대봉,시명봉

에 버 그 린 2007. 10. 27. 08:55

 

[치떨린 치악산 산행 스케치 2 ]

산행일시 : 2004 ,2 15 (일)
산행인원 : 죽비, 돌양지,�잽이,안개무침,산오름, 동촌,유케이,파란하늘, 베리야,
               에버그린(10명)
산행구간 : 신흥동-토끼봉-투구봉-삼봉-주능선-향로봉-남대봉-시명봉-가리파
                (산행시간 : 12시간 .후미기준)
날      씨 : 맑음.


두차례에 걸쳐 동계 치악종주를 계획 했으나 첫번째 산행을 계획한 지점으로
하산하지 못하여 두번째 산행의 들머리를 수정해 첫번째 하산 계획 지점인
삼봉 능선으로 들머리를 잡는다.

산마루님과 녹색님,해천님이 바쁜일이 생겨 참석치 못하여 10명이 산행에 나선다.
이른 아침에 만나 해장국으로 허기를 달래고 날머리인 가리파재에 차량 한대를 두고
구룡사로 향한다.지난번 뒤풀이 장소인 흑두부집에 물어보니 차량을 날머리로
보내 줄 수 있단다. 어휴 진작 알았으면 바로 들머리로 오는건데....
그러면 산행시간도 벌 수 있고 얼마나 좋았을꼬?

구룡사 입구의 버스 정거장에서 바라보니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은 계곡 건너 민박집
옆에서 바로 시작된다.
버스 정거장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작은 계단을 내려와 계곡을 건너니 바로 앞집의
개가 마구 짖어 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개집 앞을 통과해야 능선으로 오를 수 있다.
짖어대는 개가 무서워 우왕좌왕 하는 사이 누군가 개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누구였지?
그사이 모두들 빠져 나가 능선으로 붙는다. 또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08:20
처음은 눈이 없는 듯 하다가 등로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족적이 희미 하지만 러셀은 선두의 몫이다. 그렇게 우리 팀은 시작부터 주능선까지.
남대봉이후 가리파 고개까지 러셀을 해야만 했다.

10여분 오르다 겉옷을 모두 벗는다 .바람도 없어 봄날을 연상케 하는데 지난번
치악산 산행에도 이렇게 날씨가 좋았었다.
좌측으로 보이는 천지봉 위로 박무에 휩싸인채 아침의 햇살이 눈위에 비쳐
등로는 모래사장 처럼 반작인다.

50여분 지나자 삼거리에 도착되고 등로는 좌측으로 꺾인다. 우측의 등로는
짐작컨데 제2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능선인 듯 하다.
토끼봉으로 오르며 원주 시내가 보이는 우측으로 부터 찬 바람이 불어온다.
아주 바람이 없는것 보다는 조금은 있는게 땀을 식히기엔 훨씬 낫지 않은가.

09:40
토끼봉에서 바라다 보는 전망이 훌륭하다. 천지봉과 그 너머 매화산 봉우리가 보이고
주능선으로 이어진 향로봉과 남대봉이 까마득히 보인다.
다만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원주 시내가 너무 가까이 보여 옥의 티(?)라고나 할까?

얼마나 올랐을까 우측으로 희미한 발자국을 보며 이곳도 등로가 있네 하며 봉우리에
올라 섰는데 이곳이 험하다던 투구봉 이다. 그럼 아까 희미한 발자국이 있는곳이 우회로?
조망을 잠깐 즐기고 내려서는 길은 우와! 정말 장난 아니다.

내려다 보니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데 벌써 선두는 중간쯤 엉거주춤 거리며 내려 가고 있다.
다행히 이곳이 햇볕이 잘 들어 눈이 녹아 있으니 내려가지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음이다.
내려서며 뒷사람들 보니 이거 장난 아니네를 연신 외치고 어디로 갔냐고 물어 보지만
그래도 얼굴엔 몹시 재미 있어 하는 표정들이다.

20여분이 지나 삼봉에 올라 지나온 길을 한번 살펴보니 오늘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투구봉 내림길 이었다.
10여분 내려서니 쥐너미고개인데 돌양지님이 이 높은 곳에 쥐가 왜 넘어 다녔냐 하시며
웃는다. 주능선에 오르는 사이 허기짐을 느낀다.
오늘의 산행은 주능선에 오르면 수월 할 것이라고 예상 했지만 천만의 말씀 이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주능선은 사람이 많았으며 마주 오는 사람들 길도 비켜 주어야 하고
등로는 녹아 질� 거리며 미끄러운데 여기서 넘어지면 옷까지 더러워지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햇볕이 드는 바람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많은 분들이 빵으로 점심을 준비해 오셨다. 난 빵으론 안되는데..
따뜻한 국물도 함께 나누어 주고 밥도 조금씩 나누어 먹는다.
술 좋아하는 분들은 딱 한잔씩 반주로 한다. 요 한잔의 맛이 죽여 준다는데
난 콜라가 더 생각난다. 빨리 내려가서 콜라 한 캔 해야지...ㅎㅎㅎ

멋진 식사를 마치고 고둔치(곧은치)에 내려서니 14:20 이다.
동촌님이 고둔치님 생각이 나는지 대간 진행시 고둔치님과의 동행 구간을 설명해 준다.
향로봉이다. 이곳 쯤에서 안정운님과 만날 수 있겠다는 산오름님의 얘기를 듣고
향로봉 바로 옆의 작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한무리의 산님들이 올라선다.

이들에게 물어보니 안정운님이 바로 올라 온다는 소리를 듣고 기다린 끝에 반가운
목소리를 듣는다. 이들은 성남에서 올랐으며 국향사로 내려 갈꺼라 한다.
잠깐 안부인사에 그치고 서로 일행들이 있고 갈 길이 멀어 이내 헤어진다.

많다. 잔봉우리가 많고 눈이 쌓여 있어 점점 더 힘이 든다.
능선을 좌,우측으로 넘나들며 계속 눈이 적은 곳을 피해간다.
남대봉이 점점 가까와 오지만 전위봉이 이렇게 많았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16:50
남대봉이다. 망경봉 이라고도 하는데 이정표나 지도상에는 남대봉으로 나와 있고
일부 산님들 사이에선 망경봉이라 불리우고 있다.
선두는 이미 오래 전에 와서 땀이 다 식어 떨고 있다. 이제부턴 천천히 가라 이르고
간식을 간단히 먹고 이내 출발한다.

17:30
시명봉이다. 지도에는 시명봉으로 나와 있지만 일부 산님들은 이곳을 남대봉이라 이른다.
이제 일몰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두른다.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 되었을때는 이제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와 랜턴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날씨가 추우니 밧데리 점검도 다시 하고
빛이 흐려 비상용 밧데리로 교체도 해 놓는다.

이제 서서히 어둠이 들어 랜턴을 밝혀야 한다.
앞서 있던 발자국이 능선 좌측으로 넘어간다. 무심코 발자국을 따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가던 일행들의 인원이 많고 스틱을 사용하는데 스틱 자국이 몇 개가
되질 않는다. 능선을 올려다 보니 바로 위다. 혹시 봉우리를 우회 하지않나 싶어
그대로 봉우리 밑의 지점 까지만 진행을 더 해본다.

봉우리 밑의 지점에 도착 했을 때 그 발자국은 계곡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아마 이곳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곳으로 산행하기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다행히 봉우리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아 무릎까지 빠지는 봉우리를 치고 오른다.

봉우리에 이르자 등로가 보이고 저 멀리 우리 일행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 거린다.
후미와 같이 물 한 모금 마시고 사탕도 먹으며 미끄럽고 컴컴한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 보니 직진길을 통나무로 길을 막아놓았다.
나뭇가지들을 살펴보니 일행의 표지기가 우측으로 한 장 붙어 있다.

역시!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이곳에서 직진하게 되면 고속도로 치악 휴게소로 떨어지게 되며 우리의 날머리는
국도변에 있는 가리파 휴게소이기 때문에 우측으로 떨어져야 했던 곳이다.


후미에서 오며 내심 선두가 갈림길을 잘 잡아 가려나 생각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정확히 갈림길에서 서서 방향을 확인 했단다.

지체없이 내려서니 얼마가지 않아 작은 철탑이 나오며 저만큼 일행 몇 분이
기다리고 계시다.
뒤풀이 집에 전화를 걸어 차량 출발 시키고 내려서니 임도에 도착된다.


임도에서 좌측으로 내려오니 굴뚝이란 이름의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멋진 까페 옆으로 나와 가리파재에 도착된다.
이때가 20:20 이니 산행 시작한지 꼭 12시간 만에 산행이 종료된다.

시간이 늦은 탓에 뒤풀이도 간단히 하여 귀가 시간을 앞당긴다.
그래도 워낙 늦은 시간이어서 서울에 도착시간은 밤12시가 된다.

늦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께 모두 감사 드리며 오랫만에 산행 같이 하신 베리야님 반가웠습니다.
종종 뵙기를 바랍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