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수도권 산행 스케치

[ 도봉산 산행 스케치 ]

에 버 그 린 2007. 10. 27. 09:59

 

[ 도봉산 산행 스케치 ]

 

언 제 : 2003년 8월 5일
누 구 : 에버그린


휴가기간동안 한번의 산행도 못하고 보내기가 아까워 고민하다가
화악산 얘기를 하신 죽비님께 전화 드렸으나 불통이다.
혼자 여유롭게 도봉산을 눈에 담아 오자고 생각한다.

며칠전 파란하늘님과 대간길에 오를 여러님들이 모였던 회룡역에 내린다.
역사 바로 앞에 먹음직스런 찰떡을 2개 사서 배낭에 찔러넣는다.
이 떡 두조각이 오늘 유일한 나의 점심식사가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앞에 가는 3명의 등산객을 따라간다.
이런 !
길이 없다. 아파트 공사장으로 막혀 있었다. 이리저리 헤메다 김밥도 사지 못하고 범골쪽의 호암사 입구로 접어든다.

고속화도로 지하통로를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좌측의 능선으로 붙는다.
이 능선의 좌측은 회룡골이며 우측은 범골이다.
이 능선으로 오르다보면 약 7부 능선쯤에서 우측에서 길게 오르는 범골능선에 합류된다.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푹푹찌며 끈적 거리는게 처음부터 땀이 온몸을 적신다.
쉬엄쉬엄 오르며 전망이 있는곳에서는 무조건 앉아 주변을 살펴본다.
능선 하나하나 계곡 하나하나를 꼼꼼히 눈속에 담아둔다.

이 능선 바로 옆 좌 우측에 작은 능선이 나란히 따라오다 중간에 암릉지대에서 합류된다.
우측의 작은 능선에는 마치 흔들바위같이 둥그스름한 큰 바위가 작은 바위에 얹혀있다.
숲이 우거져 그늘 속으로 능선이 이어지나 바람이 한점도 없으니 이건 죽을맛이다.

우측의 작은능선으로 연결되는 사면길에 작은 물줄기가 흐른다.
한걸음에 달려가 얼굴을 적시고 때마침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오니 여기서도 잠시 쉬어간다.
소그룹을 지어 정해진 시간에 어느지점까지 가야하는 계획된 산행을 주로하다가
이렇게 혼자 산행할때면 너무 여유로와서 어떤때는 좀 어색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도봉산 암릉에도 돌양지꽃이 무리를 이루고 있고 주위에는 이름모르는 꽃들이 등로옆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뚝솟은 바위 지대에 오른다.

뒤돌아보니 좌측으로 범골 능선과 계곡이 우측으로 회룡골과 능선이 눈에 들어오며
작은 사찰들이 마치 이웃집인것처럼 근접해 자리를 잡고있다.
이곳에서 찰떡 한 개와 초컬릿으로 허기를 달래고 포대능선을 바라보며 일어선다.

마사토 길이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한다.
언제인가 mst님과 사패산에서 하산길에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마사토를 밟으며
내려온일이 생각난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마사토의 감각은 뭐라 표현할수 없이 시원하다.

신체의 모든 기관이 발바닥에도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곳들을 마사토가 자극을 하니 건강에도 좋을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어린시절 맨발로 뛰어놀던 그런 감각을 느낄수 있어 더욱 좋다.
언제 한번 번개산행으로 이구간을 맨발로 걷게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회룡골에서 올라와 사패능선에서 만나는 4거리를 지나치자 저쪽 북한산너머에서부터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린다. 천둥소리….
주위는 금방 어두워지고 바람이 살살 부는게 비오기전에 부는 그런 바람이다.
요즘 내가 비를 몰고 다니나?
아니면 구름나그네님이 서울로 휴가차 오셨나?

요즘들어 계속 우중산행이다. 양말을 짜내면서하는 우중산행.
그래도 아랑곳하지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포대능선쪽으로 향한다.
이제 바람이 많이 부니 오히려 시원하다.

쉬엄쉬엄 나무계단을 오르고 포대 바위와 친구삼아 줄타기하며 모처럼만의
여유로운 산행을 한다. 평상시엔 이 포대능선은 정체되어 줄서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능선 중간지점에서 급기야 굵은 빗방울이 얼굴을 사정없이 내려친다.
바위능선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너무커서 은근히 걱정도 된다.

바위봉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점점 어두워지며 그칠비는 아니고 주변도 보이지 않는다.
적당한 하산지점을 생각하다 선인봉 못미친곳에 좌측으로 뚝떨어지는 지점을 택한다.
이 등로는 일반인들이 잘 다니지 않는곳으로 8부능선까지만 내려서면 원도봉 계곡으로
연결되며 망월사 오르는 등로와도 연결된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경사가 급하므로.
그러나 한강기맥의 급경사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치 랜턴이라도 밝혀야 되듯이 주위는 어둡고 빗소리는 더욱커져 이제 속옷까지 스며든다.

정상 등로와 마주치며 계곡 상류의 물도 보인다.
비맞으며 머리와 얼굴에 계곡물을 축이니 이 또한 우중산행의 맛이 아니겠는가.
망월사 오르는 갈림길에 어느분이 우의를 입고 바위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있다.
허걱! 이 비오는데 …. 아마 저분은 도사의 경지에?

마침내 원도봉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보이고 계곡웅덩이에 한무리의 고교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옷을 입은채 계곡물속에서 공놀이를 하고있다.
때마침 뒤따라 내려오시던 지긋하신분이 이광경을보곤 “너희들 거기에서 xx�지마” 하신다.

어느곳이나 마찬가지로 이곳도 입구에는 음식점이 즐비하고 그 안에는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많이 붐빈다.
음식점 사이를 빠져나와 망월사역으로 향하며 계속되는 또 한번의 우중산행을 마친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