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호명산 송년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산행구간 : 청평공고–호명산–호명호수–585봉–상천리 행자골(청산휴게소 뒷동네)
산행인원 : 에버그린외15(뒤풀이+2)명
날 씨 : 오전에는 눈, 오후에는 맑음
송년산행이 있기 전날(17일,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를 보였다.
17일 몽,가,북,계를 산행한 동촌님은 어찌나 추웠는지 과연 송년산행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 끝에 전화확인까지 주셨다.
2년전 1월 초, 광덕고개에서 국망봉으로 신년산행을 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그래도 지금이 그때보다는 덜 하다는 생각에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17일 보다도 더 춥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윈드블럭 자켓과 바지 안에 고소내의를
입고 그것도 모자라 파스처럼 붙이면 열 발생 시키는 손난로를 양쪽 다리에 하나씩
붙이고 등쪽에도 하나 붙이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전해지자 스스로 만족하며
아무리 추워도 끄떡없다고 여유만만 하게 집을 나선다.
집 밖의 공기는 예상보다 춥지 않게 느껴지고 더우기 눈까지 내리니 오늘 산행이
자못 기대가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몇 분이 합세하여 버스에 오르니 등판에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게 기분이 좋아 잠도 살살 온다.
대성리를 지나 언덕에 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져 교통이 지체되어 시간이 늦어진다.
추워서 점심식사 없이 산행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해장국이나 한 그릇 먹고
출발하려 했지만 터미널에서 들머리까지 가는 길목엔 밥집이 눈에 띄지 않아
두 끼 굶는 산행이 되고 만다.
들머리인 청평공고앞에 도착하니 기다리다 추워서 네 분이 미리 출발하셨고
열한명이 늦은 출발을 한다.
어제보다 기온은 낮은지 몰라도 바람이 없어 생각보다 춥지 않게 느껴지며
어느덧 눈은 그치고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흩날려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멀리 우측 아래 뒷쪽으로 보이는 청평호를
바라보니 시원한 느낌이 든다.
서서히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기 시작하며 후덥지근해 지는데 아무래도
일기예보 듣고 고소 내의 입은 것이 후회된다.
거기다 파스 같은 손난로까지 붙여 놨으니 다리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여
급기야 바지 겉으로 땀이 수증기가 되어 모락모락 피어나며 바지 겉면에
물방울이 되어 맺히기 시작한다.
동촌님이 벗으라고 했지만 “한번 참아보지 뭐”했지만
참을걸 참아야지, 몇 분가다 기어이 고소내의를 벗어 버리고 눈밭에 알몸이 되니
이거야 말로 한여름에 알탕하는것 보다 더 시원하다.
동촌님과 파란하늘님이 쳐다보며 내의위에 손난로까지 붙였다고 낄낄거린다.
호명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마주 보이는 뾰루봉만큼은 가파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호흡소리를 내고서야 오를 수 있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 봉우리들을 보며 밤도깨비님이 여긴 거기고
저긴 거기다 하는 설명이 한참 이어지고 있었으나 두 끼를 굶은 내 배속은
사정없이 꿈틀거리며 꾸르륵 소리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가져온 빵 한 개를 허겁지겁 꾸역꾸역 먹고 나니 선두는 또 출발이다.
멀리 보이는
발걸음이 점차 가벼워 진다.
장자터 고개에 이르자 시간이 늦는다며 일부는 대성사 방향으로 하산하시고
나머지7명이
예전에
시원하게 펼쳐지고 팔각정 까지 보이니 무슨 유원지에 놀러 온 기분이다.
양수발전을 목적으로 한 인공호수지만 이렇게 산꼭대기에 호수가 있다는 건
신기하게 보일 뿐이며 그 크기 또한 예상보다 크게 보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를 밟기가 아까워 조심조심 발자국을 남기며
제방을 건너 585봉을 향한다.
발전소 직원들 관사인지 여름에 휴양소로 쓰이는지 별채 3동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니 우측의 큰골능선으로 빠지는 길에 표지기가 많이 보인다.
우리가 갈 길은 585봉에서 우측능선을 타야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직진하여 585봉에 올라 우측의 능선을 바라보니 능선이라 하기엔 사정없이
내리 쏟아지는 경사가 너무 급하게 보이지만 뒤쪽으론 능선이 살아난다.
스틱도 없이 나무를 의지하며 뛰다시피 하며 내려오다 기어이 눈길에
엉덩방아를 한번 찧고 만다.
바위에 막힌 곳을 두어 번 우회하고 내려서니 펑퍼짐하게 보이는 능선이
여러 개가 보인다.
일행을 기다려 능선을 확인한 후 다시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스키타듯 내려온다.
좌측으로 뚜렷한 능선이 이어지는걸 보곤 저 능선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저 앞에 개 짖는 소리와 함께 가옥이 보이는데 저 가옥이 동촌님이
매월 한번씩 봉사활동 하러 오는 곳이라 한다.
시멘트 마을 길을 따라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내려 오신분들 외에
한울타리님과 송비님의 모습이 보인다.
쫄깃한 토종닭 백숙과 도리탕, 직접 만든 두부와 파전을 곁들인 뒤풀이는
귀가길의 열차 시간에 맞춰 짧은 듯 아쉬운 시간을 갖는다.
식당 미니 버스로 청평역까지 이동했는데 추위 탓인지 역에는 사람도 많지 않고
열차의 좌석까지 있으니 오는 길도 편안하다.
달리는 열차의 창밖을 바라보며 파란하늘 아래 눈 덮힌 호명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 올린다.
함께하신 모든 분들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좋은 한 해로 마무리 되시길 바라며
돌아오는 2006년에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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