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강원권 산행 스케치

[ 한강기맥 9구간 산행 스케치 ] 청계산

에 버 그 린 2007. 10. 27. 13:24

 

[ 한강기맥 9구간 산행 스케치 ]

  

언 제 : 2003, 12 ,7 ()

누 구 : 준규,죽비,낡은모자,김지연,산오름,하얀이슬,동촌,아오자이,송비,유케이,

          톨미,파란하늘,해천,제맘대로,영산,아지,밤도깨비, 에버그린(18)

구 간 : 농다치고개-청계산-서종복지회관

날 씨 : 바람-맑음

 

 

"한강기맥 가지마라" 라며 녹색지대님(당시의 필명은 끄트머리)이 첫 산행기를 올려

대박을 터뜨려 한강기맥 씨리즈를 내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구간이다.

 

5 18 .

오대산이 경방기간이라 부득이 운두령에서 구목령까지 첫 구간을 걸었다.

그날 감독으로 첫 데뷔를 한 mst님은 차량의 오일탱크를 아작 내는등

험란한 한강기맥이 될것을 예고 했었다.

 

첫 구간을 걸으며 호젓하고 대간이나 정맥과는 다른 고요함과 풋풋함을

느낄수 있었으며 깊은 오지의 맛을 볼 수 있었다.

구목령의 들꽃들. 구불구불한 고갯길. 다시 어프로치 할때의 칠흙같은 계곡의 모습등...

 

구간마다 꼭 한번은 만나는 길같지 않은 급사면들 .

오음산 군인들의 저지 때문에 정글속을 누비던 일과 안성 산지기님과의 만남.

우중 산행에 불어터진 발과 양말을 짜던 모습들.

또 구간구간을 같이 산행에 동참해 주시던 님들. 기타 .....

 

이 모두가 바로 어제 같던 일인데 이제 마지막 구간을 걷는 날이다.

여러님들이 함께 산행 의사를 밝혀 18명의 대군이 되었다.

이날은 전국 소모임이 예정 되어 있었으나 기맥 대원들 각자의 스케줄이 얽혀

부득이 졸업산행을 하게 되었다. 대신 전국 소모임은 신년 산행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8 5. 아침 기온이 몹시 차게 느껴진다.

모든님들이 보온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추위에 약한 나는 아예 처음부터 고소모를 내려 쓴다. 그러고 보니 나만.....

 

낙엽.

어린 시절 고향에서 땔감으로 나무를 쓰던 시절엔 낙엽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정강이 까지 차오른다. 많은 인원이 낙엽 밟는 소리가 굉장하다.

도깨비님은 마지막 산행 기록을 꼼꼼히 기록하는데 몸은 감기 몸살로 완전히

말이 아니다. 나같은 돌파리에게 약좀 달라니 00맞아?

 

낮으면 낮은대로 높으면 높은대로 고도차를 극복해야 하니 낮은 산이나 높은 산이나

힘든건 마찬가지다.

청계산을 오르느데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들린다.

누구 부르는 소리등. 시장에 온 기분이다. 왼쪽 능선상에서 청계산에 오르는 한무리의

등산객들 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분들은 천안에서 이곳에 단체 등산을 오신분들 이었다.

 

땀을 흘리며 청계산에 오른다. 꽤넓은 헬기장을 이루고 있고 제법 따뜻하게 느껴진다.

11. 좀 이른 시간이지만 선두는 후미를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점심을 펼치고 있다.

뜨끈한 김치찌개를 내가 놓칠수야 없지. 저쪽은 오뎅과 떡볶기. 커피 , 유자차.....

마지막 구간 인데도 또 누가 흉본다.ㅎㅎㅎ.

 

벗고개로 향하는 북쪽으로 첫발을 내 딛는 순간 정상하고는 완전히 다른 기온이다.

한마디로 봄과 겨울을 한발자국으로 느낄수 있었다.

466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는 바람을 계속 안고 가야 했다. ~ 추워!

 

항상 그렇듯이 나올듯 나올듯 하던 벗고개는 봉우리 3-4개를 넘어서야 모습이 보였다.

벗고개로 내려오다 약간 우측으로 진행해야 절개지 우측으로 내려올수 있었는데

길따라 내려오다 좌측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우측으로 고개를 살짝 넘으니 표지기들이 몇 개 보인다.

청계산에서 내려올때 높게 보이던 봉우리를 이제 올라선다.

농다치고개부터 이곳까지 선을 이으니 U자를 두개 붙여 놓은 것 같이 지리산의 태극

종주 길처럼 보인다.

 

어디에선가 포크레인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들리더니 모습을 드러내는데 기맥길을 파헤치고 있었다.

나무 뿌리는 드러나 있고 급기야 산길을 걸을 수 없어 포크레인이 만들어 놓은

묘지 부지 위를 걷고야 만다.

 

덕분에 길이 없어져 지도도 없는 선두에서 사방으로 흩어져 길 찾기에 애를 먹었다 한다.

그곳 뿐만이 아니라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8부 능선 까지 허옇게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아마 공원 묘지 부지로 보이는 축대를 쌓아 올린 것 같다.

 

이번 구간은 다른 구간과 달리 마을도 가깝게 있고 수도권에도 가까워 많이 붐비고

마을 옆으로 지나가는 그런 길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수도권 가까이에 이렇게 조용하고 깊은 산속 같은 느낌을 주는 곳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산 더덕이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와 경계줄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이게 들어 오라는 건지 들어 오지 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 칼잡이 형님과 파란하늘님이 같이 있었다면 그 주위 더덕은 몇 뿌리 없어지지 않았나

모르겠다.ㅎㅎㅎ

 

앞서가던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1:50,000 지도로는 식별이 안된다며 갈림길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한다. 에고 미안....

그 지점을 살펴보니 201봉 이다. 좌측으로 조금 떨어지다 다시 우측으로 능선이 살아나는

길인데 표지기도 하나 붙어 있으나 삼거리 가운데에 붙어 있어 표지기 위치가 애매하다.

 

동촌님이 확실하게 표지기 한장 붙이고 출발한다.

햇빛에 반사되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모습이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같이 보인다.

학교 다닐 때도 월장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 월장을 하고 있으니 우습다.

육교를 지나 양수역을 내려다 본다. 때마침 화물열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데

강가의 풍경과 잘 맞아 떨어진다.

 

445. 두물머리 입구의 복지회관까지 걸어 나온다.8시간40분의 산행이 끝나며

기획 산행으로는 꽤 재미 있었다고 느꼈던 한강기맥을 마무리 하는 순간이다.

 

차량회수 도중 도깨비님의 전화다. 강가까지 나왔는데 일행들이 어디 있느냐고.

짧지만 강가에서 모처럼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니 그것도 기맥이 주는 덤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바쁜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그동안 같이 산행을 계속해 왔지만

오늘 산행을 같이 하지못한 녹색지대님과 밤도깨비님 팀의 날뫼골 물소리님과 발해님이

아쉽다.

또 많은 산님들이 바쁜 일정 중에도 같이 산행에 동참해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이렇게 한강기맥을 무사히 마무리 하기에는 박성태 선배님과 이종환. 광인님 같이

선답자 여러분이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산행 기록을 남긴 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시기에 산행을 시작한 밤도깨비님, 높은산님과의 정보 교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된 긴 산길을 같이 산행하신 박준규,죽비님,낡은모자님,김지연

녹색지대님,또 간간이 동참해주신 모든 님들. 모두가 사고 없이 즐겁게 산행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