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3 ] 미시령,황철봉,마등령,백담사

에 버 그 린 2007. 10. 27. 13:37

 

[추백팀 3차 백두대간 산행 스케치]

 

언 제 : 2003, 10, 12

어 디 : 미시령-황철봉-마등령-오세암-백담사

누 구 : 추백팀 32

날 씨 : 오전 - 안개구름속 오후-

 

 

설악구간에서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할 단풍관광 인파와 교통전쟁을 생각하며 그 혼잡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이번 구간을 일반 산행인이 잘 찾지않는 황철봉구간으로 정했다.

추백팀인원중에 개인사정으로 몇몇분이 불참하시고 대신 다른분 몇분이 동참하셨는데

오랫만에 뵌 태진님 일행과 이구간을 빗속에 걸어 본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동참하신

동촌님이 있었다.그러나 이날도 안개와 빗속을 다녔으니 아무래도 동촌님은 한번더...

그렇니까 이 구간만 삼세번 다녀와야 할것같다. ㅎㅎㅎ

 

매서운 찬바람으로 정평이 나있는 미시령 칼바람이지만 이날은 매우 온순하다.

폴라텍 티셔츠 한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쟈켓을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지난해 10월말쯤 구름나그네님 졸업식에 참가했을때와의 바람과 기온에 비하면

10일정도 차이지만 봄날씨임에 틀림없다.

 

오전 5. 졸업장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동촌님이 선두를 무섭게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있는 대원들이 많이 있으며 오름길은 계속된다.

일부 대원들이 공포의 너덜지대라는둥 악명높은 너덜지대라는둥 얘기들 하지만

고도 높이는것과 오르는 재미는 너덜지대가 오히려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된다.

 

마치 누군가 거대한 포크레인으로 쏟아부어 놓은것같은 너덜지대가 안개에 뭍힌 모습을

드러내자 소슬님이 입을 딱 벌리고 감탄하며 마치 황천으로 가는 길인것 같다고 표현하자

그래서 황철봉이라고 한다며 맞장구치는 개구장이 오리님이 재미있다.

 

안개가 없다면 웅장한 울산바위와 콘도촌. 건너편으로 보이는 귀때기청과 설악권의 조망이

뛰어난 곳인데 그 모습을 볼수없어 아쉽지만 그저 이 너덜을 보는것만으로도 이구간을

보상받는다 생각한다.

 

구미에서 오신 한무리의 산님들이 우리 앞에 있으므로 진행이 약간 밀린다.

황철봉을 넘어서 내려가는 너덜길은 좌측으로 붙어 진행해야하는데 이분들의 일부는

방향을 잃고 우측으로 진행하다 다시 빽하여 좌측으로 오고있다.

 

아침식사를 저향령에서 하기로 예정했으나 구미팀 산님들이 맛있게 식사들을 하고 있다.

이 사정을 후미에 무선으로 알리고 저항령을 통과하여 황철남봉의 너덜을 올라

정상 바로 밑의 바람없는 지점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정작 지지고 볶겠다던 세석님은 스푼만 들고 계시고 다른분들이 지지고 볶고 계시다.

푸짐한 식단과 알콜을 곁드리니 우리 산님들의 안면엔 힘든 기색이 모두 사라지고

술한잔 못하는 나는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다.

 

황철남봉을 출발한후 일직선으로 앞에보이는 바위고개가 나타난다.

예전에 내가 한번 알바한 기억이 있는곳이다. 이곳을 넘어 내려가며 후미를 걱정한다.

거대한 멋진 바위봉을 우측으로 감고 돌아 우회하며 안개에 덮힌 바위봉을 감상하며 후미를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 오리님이 소리쳐 부르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오리님과 약 15분 정도를 기다리니 인기척이 들리며 후미가 보인다.

안도의 숨을 쉬며 바위봉 고개를 넘어간다.

 

이곳부터 마등령 전 봉우리까진 숲길로 이어지고 다 떨어진 단풍사이에 그래도 아직

볼만하다고 자랑하는 붉은나뭇잎들 사이를 지나갈수 있다.

선두는 마등령 야영터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무선신호가 있고 후미는 마지막

마등봉 너덜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마등봉에 올랐으나 기다리는것은 안개뿐.

예전에 이곳에서 조망을 즐기며 30여분이나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비선대에서 힘들게 올라오는 길과 전망대 바위와 마주치며

우측의 내림길로 거침없이 내려서니 이미 선두는 출발한후였으며 공룡을 지키는 머리벗은 나무독수리가 돌탑위 그자리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미를 기다린후 곰골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입맛만 다시고 오세암으로 내려선다.

경내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시원한 물맛으로 목을 추기고 일행을 찾아보니 식사중이다.

후미를 기다리며 떡 몇조각을 집어먹고 동촌님이 쓰신 멋진 단편소설을 상기한다.

 

오세암과 주변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고있는 그 단편소설은

" 눈 내리는 마등령" 이란 제목인데 밀려드는 접속자 숫자로 인해 한때 오케이 써버가

다운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소설을 감상하려면 전국모임의 방에서 작성자 동촌을

검색하면 그 단편소설외에 다수의 멋들어진 단편소설과 수필을 읽을수 있다.

(동촌님 글이 너무 많아 확인해보니 4666번글이 1편입니다. ~)

 

후미가 도착되자 선두는 방을 비우고 후미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후 커피까지 끓여 후식까지 하니 올려다 보이는 망경대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오후 1시 정각. 후미를 뒤로하고 오랫만에 속도전을 해본다. 선두가 30여분이나 빨리 갔으니

따라 잡기가 수월치 않을것같다. 밑으로 향할수록 높은지대와는 달리 단풍이 볼만하다.

하지만 다음주 정도 지나면 이곳도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질것 같다.

 

중간의 샘터에서 목한번 축이고 내쳐 달린다. 오리님이 뒤뚱거리며 가고 있다.

오리님과 합쳐서 발걸음을 재촉하니 백담계곡에서 올라오다 오세암과 수렴동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선두를 만난다. 이곳까지 30여분.

 

오리님과 빨리 하산하여 알탕하고 목축이자는데 의견이 맞아 엔진을 터보로 바꿔 장착한다.

무한질주. 쾌속!!

곰골입구 철다리에서 레이다를 작동하니 역시! 권태진님 일행이 점심식사중 이시다.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하고 길골입구 철다리를지나 백담산장 도착 2시30.

 

중간에 한울타리님과 세석산장님을 만나 같이 질주하며 몇몇님을 더 만난다.

강교에 버스 기다리는 줄이 몇백미터 늘어서 있다. 아예 줄설 생각도 안하고 그냥 통과.

드디어 저앞에 매표소가 보이고 다리 아래로 내려서는 길을 찾지만 없단다.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길을 살펴 내려서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 명당자리가 기다린다.

열을 잔뜩 받아있는 터보엔진을 계곡물로 식히고 백담매표소를 나오니 오후3 40이다.

 

수많은 관광버스가 줄 서있고 백담사입구는 그야말로 유원지이다.

당연히 뒤풀이 장소가 마땅치 않아 급히 예약한곳이 내설악 휴게소의 황태구이 메뉴다.

장소가 어색해 많은 이야기가 오갈수 없었던게 흠이지만 담백한 황태구이정식은

그런대로 맛있었다.

 

뒤풀이를 마친 오후6시 정각 .돌아오는 길이 걱정되었으나 운전기사님이 막히지않는 길을

잘 골라 용두 휴게소에 도착하니 8. 권태진님 일행이 선물하신 달콤한 아이스께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양재역에 도착한 시간이 11. 5시간만에 왔으니 무척 빨리 돌아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파란하늘님은 우리보다 빨리 설악에서 출발했다던데

우리가 양재역 도착한 시간에 홍천에 있었다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다행인가?

 

같이 하신 모든님들 즐거웠습니다. 다음 구간도 역시 설악이니 재밌는 산행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