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25 ] 은티재,장성봉,대야산,밀재

에 버 그 린 2007. 10. 27. 14:51

 

[추백팀 은티마을-밀재(용추계곡)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4, 11 , 28 ()

산행구간 : 은티마을-성봉-대야산-밀재-용추계곡

산행인원 : 추백팀 18

     : 흐림-맑음

 

 

지난 산행 하산길로 은티마을에 내려설 때는 과수원의 사과열매가 탐스럽게 달려 늦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 완장리~애기암봉~장성봉~막장봉~투구암봉~저수리치~남군자산~쌍곡을

잇는 군것질 산행이 한차례 있었고 백두대간의 남한구간의 최북쪽 구간인 진부령-향로봉

구간의 산행이 있었으므로 한달 하고도 20여일 만에 이어가는 산행이 되었다.

 

은티마을 입구에 이미 관광버스가 3대나 있었으며 1대는 북진을, 또 한대는 우리와 같은

방향의 남진을 ,또 한대의 버스 안에는 곤히 잠자고 있는 산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늘재까지 이어갈 계획이므로 구간이 좀 길어 랜턴을 밝히며 03:15 조금은 이른

출발을 한다.

 

과수원에 사과가 한 개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으나 정작 과수원의

사과나무에는 단 한 개의 사과도 남아있질 않았다.

거의 둥근 보름달과 같은 밝은 달님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은티재의 성황당에 도착한다.

 

10여분 숨을 돌린 후 장성봉을 향한 발걸음을 내 딛는다.

엊그제 서울의 산에도 눈 쌓인 것이 보였는데 이곳 숲 속의 눈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보이고 낙엽이 많이 쌓인 등로의 밑부분은 물기를 머금고 있어 미끄러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둠 속에 긴 랜턴 행렬불빛이 정겹게 보인다.

입석리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는 것을 보니 악휘봉 삼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곧 악휘봉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하나 어차피 컴컴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악휘봉은

생략하고 장성봉으로 향한다.

 

막장봉을 지나고 장성봉으로 향하는 도중에 일출을 맞이한다.

일출은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 내가 있는 위치가 시계가 좋지 않고 봉우리도 아니어서 멋진

일출을 사진으로 잡아 내기는 틀린 것 같다. 그래도 높게만 보이는 뇌정산 우측으로 붉게 물든 하늘의 모습은 어렵게 한 장 건질 수 있었다.

 

이제 밝아지니 은근히 쌀쌀하던 기온도 빠르게 올라가고 어둠에서 벗어나 주변을 살펴 볼 수 있다. 지나온 구왕봉과 희양산이 보이고 우측 멀리 백화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지난번에 군것질 산행했다는 애기 암봉이 수줍은 듯이 봉긋하게 솟아있고 그 뒤로

뇌정산이 높게 치솟아 있다.

 

은티마을에서 버리미기재 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중간에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져 산행시간도 늘어난다.

오늘은 이상하게 대원들 컨디션이 난조를 보인다. 평상시에 별로 말도 없이 묵묵히 산행을 즐기시던 분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견뎌 가며 산행을 하고 있었다.

 

버리미기재에 도착되고 급기야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은 3분이 산행 종료하고 나중에

합류 하기로 한다.

버리미기재 뒤로 높게 솟아오른 곰넘이봉이 기를 죽인다.

로프지대를 통과하고 곰넘이봉의 정상에 오르니 조망이 좋다.

둔덕산이 앞을 가로 막고 솟아 있으며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대야산이 올테면 와 보란듯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버티고 서 있다.

 

촛대봉에 이르니 기존 낡은 로프를 교체작업하는 대한 산악회연맹 문경지부소속 산님 2분을 만난다. 대야산 로프구간에도 로프를 가져다 놓았고 더 튼튼하게 보강 작업을 하신다고 한다.

그냥 올라도 힘든데 등에 굵은 로프를 지고 있는 모습이 안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그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암릉을 편하게 통과할 수 있지 않은가?

 

대야산의 암릉구간을 내려오던 때의 겁먹었던 기억만 있을 뿐 이렇게 오르려 하니

난감하다.

중등산화는 2일전에 내린 눈과 흡착되어 죽~죽 미끌어지고 있으니 혼자 오르기에

힘이든다.

결국 운산님의 도움으로 암릉을 올라서니 대야산 정상이 저만큼에서 애썼다고 웃고

서 있다.

 

여태껏 마주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는데 대야산 정상엔 많은 일반 산행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위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마치 서울의 도봉산에 오른것 같은

느낌이다.

조망은 훌륭하여 바로 지나온 촛대봉,장성봉 ,바위가 하얗게 보이는 희양산과 흐릿하게

백화산이 눈에 들어오며 가야 할 조항산과 청화산이 멀리 보인다.

 

호젓한 바위 옆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밀재에 내려선다.

이미 산행시간이 11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으므로 대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추백의

컨셉에 맞추어 한 구간을 더 하기로 결정하고 산행을 마치기로 의견을 모은다.

 

산행을 종료하니 이제 서로 배낭 무게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물도 버리고 남은 간식 나누어 주고 ....

내려오는 길의 용추 계곡은 한여름엔 발 디딜 틈도 없을 것 같다.

넓은 암반과 와폭,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담이 모두 어울려 멋진 계곡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왕건을 촬영했다는 하트 모양의 폭포가 눈길을 끌었다.

 

뒤풀이는 몇 번째 가고 있는 누룽지 백숙으로 마무리하고 양재동에서 다음 산행을

기약한다. 오랜만에 오신 오리엔트님과 북한산에서 뵌 적 있는 선배님 반가웠습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