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종주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5 ,1 , 9 (일)
산행구간 : 밤티재-문장대-천황봉-형제봉-비재
산행인원 : 추백팀 18명
날 씨 : 맑 음
지난 12월26일 충북알프스 1구간 산행 후 이번 산행은 충북알프스 2구간과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 산행을 겸한 산행이 된다.
따라서 구병산 구간만 따로 한번 산행을 하면 충북알프스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제 대간길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 중화지구를 앞두고 있으니 충청권을 벗어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재미있는 일은 회원분들 대다수 모두가 강원도 지역만 빠져 나오면 백두대간
끝나는 줄 알고 있다가 충청지역에 들어오며 충청지역 산의 매서운 맛을
계속 느끼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충청지역 수비대가 체포조를 결성하여
추백팀을 체포한다는 얘기까지 들리니 더욱 겁을 먹고 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몸은 잔뜩 움츠러들어 단단히 준비하고
버스에서 내렸으나 생각보다 그렇게 춥게 느껴지진 않았다.
흙먼지 날리던 밤티재도 새벽이라 조용하기만 할 뿐 우리가 타고 온 버스의
엔진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한동안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지며
100여명이나 되는 오케이 회원들의 모임이 생각난다.
그때도 오늘처럼 밤티재로 문장대를 오른 후 시어동으로 내려와 송어횟집
(밀재-밤티재 구간의 뒤풀이 장소)에서 거나하게 뒤풀이를 가졌었다.
잡목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그믐달은 지난 충북알프스 산행 때의 보름달과
대조를 이루어 우리가 2주 만에 산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쪽 지역에 눈이 온 것인지 지난 충북 알프스 산행시보다 눈이 조금 더 있으며
낙엽과 섞여 있어 미끄럽다.
암릉이 시작됨을 알리는 로프 지대가 나타나고 이제서야 시야가 조금 확보 된다.
갈령 너머로 보이는 그믐달과 밝게 빛나는 별이 멋지게 보여 사진에 담아 보지만
실제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암릉을 이리 저리 오르는 중 해가 떠 오른다.
시야 확보가 되는 곳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다 어설프게 카메라에 한 장 담는다.
예전에도 정체가 많이 되었던 곳인데 오늘도 역시 이곳이 정체 구역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좁은 통로를 통해 나가 로프지대를
오른 후 좁은 바위 사이를 배낭을 벗고 밑으로 통과 하던지 아니면 위로 올라서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고개마루 선배님이 단숨에 차고 오르자 밑에서 이를 지켜보던 분들이 와~ 하며
해병대 출신이라 다르다고 한마디씩 한다.
재미있는 암릉 몇 곳을 지나니 관음봉이 눈에 들어오며 지난 묘봉 구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헬기장이 나타나고 곧 문장대에 도착된다.
헬기장 오르기 전 전망대바위에 올라 사진 두장을 찍는 사이에 카메라 밧데리가 얼어
산행 종료까지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진다.
참고로 문장대 이후의 사진은 운산님의 사진을 사용 하기로 한다.
눈길과 암릉 때문인지 문장대까지 3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다고 아침을 서둘렀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침시간도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 장갑을 끼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를 무색케 하였다.
멀리 구병산 너머 구름 위로 높게 솟아있는 봉우리가 어떤 산인지 궁금하다.
신선대에 도착하니 누렁이가 놀고 있고 인기척에 가게 주인이 문을 열었으나
우리 일행을 한번 휘 들러보곤 아무것도 살 기미가 안 보이자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신선대에서는 경업대로 하산하는 길도 경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기억하고 있다.
뾰족뾰족한 암봉들이 마치 설악을 연상케 하는 입석대를 지나고 천황석문을
통과해 천황봉에 오른다.
지나온 속리산 주능선이 멋지게 보이고 구병산이 바로 지척에 보인다.
형제봉이 작은 모습으로 보이며 낮은 능선을 따라 비재로 이어진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가 겹겹이 보이니 그저 감탄만 하고 만다.
소슬님의 온도계로 이곳이 영하 2도라 하고 바람도 없으니 모두들
내려갈 생각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을 지나며 현재 정맥을 진행중인 부리부리님이 졸업 한다고
사진을 찍어 웃음을 자아낸다.
시야가 확 트이는 키 작은 조릿대 숲을 지나며 멋진 경치를 만나게 되며 곧이어
석문도 통과하게 된다.
대목 3거리를 지나고 크고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형제봉이 잘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서 유케이님과 잠시 쉬며 후미를 기다리고
후미가 건너 봉우리에 보이자 유케이님이 먼저 출발하고 후미를 만나
간식을 나누어 주니 힘이 조금 생긴다 하신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선두가 기다릴 것 이라며 계속 진행을 하니
한 봉우리 위에서 선두가 식사중 이다.
월류님이 만들어주는 김치 비빔밥이 일품이다.
피앗재를 지나고 전위봉을 몇 개 지나 형제봉에 오른다.
천황봉을 돌아보니 어느덧 저만큼 멀리 보인다.
갈령 삼거리에서 두 분이 오늘 산행을 종료하신다.
갈령삼거리에서 헤어진 후 시간상으로 바쁘게 생겼다.
일찍 해가 지면 랜턴까지 사용해야 할 형편이다.
비재 도착을
종희님에 이어 월류님, 유케이님까지 내뺀다.
그냥 가도 따라가기 힘든데 내빼버리니 할 수 없이 혼자 간다.
표언복 교수의 못제 이정표가 붙어있다. 견훤에 대한 못제의 유래를 살펴보면
<못제에 얽힌 전설>
"상주에서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은 주변 지방을 장악해 나갔다. 이때 보은군의 호족인 황충장군과 견훤은 세력 다툼을 하며 거의 매일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싸움을 벌인 족족 황충은 패하고 만다. 이에 황충은 견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캐기 위해 부하를 시켜 견훤을 미행했다. 황충의 부하는 견훤이 못제에서 목욕을 하면 힘이 난다는 것을 알아내 이 사실을 황충에게 알렸다. 황충은 견훤이 지렁이의 자손임을 알고 소금 삼백 가마를 못제에 풀었다. 그러자 견훤의 힘은 사라졌고, 마침내 황충이 승리했다." 는 내용이다.
대충산사의 청록님 표지기를 만나고 계속 가다가 갈래길을 만난다.
북진하는 사람들에겐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남진하는 사람들에겐 꼭 주의해야할
지점이다.
직진해서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과 우측 사면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대간길은 직진으로 봉우리로 올라야 하며 우측의 사면길은 충북 알프스 구병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등로도 구병산길이 더 잘나있고 표지기도 오히려 구병산쪽으로
더 많이 붙어있기 때문에 무심코 진행하면 영락없이 구병산으로 향하기 쉽게
생긴 지점이다. 그곳에 강산에님의 표지기도 붙어있다.
봉우리 위에는 묘가 한기 있고 잘 정리된 헬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구병산에 걸린 해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워 내 뒤의 봉우리를 덮어 온다.
저 그림자가 다 내려오면 금방 어두워질 텐데 걱정하며 다시 구병산 라인을
흘끔 쳐다보니 그 와중에도 멋지게 보여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해 걸린
구병산을 감상하니 이것도 큰 병이 아닐까?
이윽고 해가 구병산 라인 아래로 들어갔다.
여태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해가 들어감과 동시에 찬 기운을 동반하여 내몸을
감아 오기 시작한다.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고소모를 눌러쓴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만 남았다. 중간쯤 오르니 유케이님이 부른다.
반가운 마음에 올라서 이제 비재로 내려 서는 일만 남았으니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되겠다며 바쁜 걸음을 걸으니 도로가 보이고 버스가 보인다.
밑에서 종희님을 찾는다.
엥? 내가 제일 후미이고 종희님은 간지 오래 되었는데…?
순간 구병산 갈림길이 머리에 떠오르며 어두워 진다는 걱정이 머리를 스친다.
마침 다행히 종희님과 전화 통화가 되었고 이쪽으로 온다는 소릴 듣고서야
비재 철계단을 내려선다. (17 : 35)
뒤풀이는 여주의 구수한 숭늉과 얼음이 떠있는 식혜를 곁들인 돌솥밥집에서
마친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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