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29 ] 지기재,백학산,큰재

에 버 그 린 2007. 10. 28. 00:02

  

[지기재큰재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5 . 2 . 27 ()

산행구간 : 지기재-개머리재-백학산-윗왕실-개터재-회룡재-큰재

산행인원 : 추백팀 18

      : 맑았으나 바람은 차가움

  

 

며칠 전부터 날씨가 쌀쌀하여 걱정이 앞서지만 산행하는 28일 오후부터 기온이

오른다고 하니 다행이다.

새벽이지만 지기재의 포도밭은 밝은 달빛에 선명하게 보인다.

 

05:55

좌측엔 포도밭, 우측엔 사과나무 과수원 사이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다가

밭고랑을 지나 컴컴한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로 들어서자 마자 급경사의 길로 이어 지는데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의

급경사 길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능선에 올라서며 좌측으로 이어진 길은 이후 평탄하게 이어지며 가빠진 숨을

고를 수 있다. 밧데리가 다 되었는지 랜턴이 흐릿하지만 앞 뒤에서 밝혀주는

랜턴빛과 밝은 달빛에 의지하여 별 어려움 없이 걷는다.

 

06:37

우측에 마을이 보이며 개 짖는 소리도 요란하다.

배나무 묘목을 그물로 보호하고 있다. 곧이어 아스팔트로 단장한 개머리재를

지나며 양쪽으로 과수원의 모습이 보인다.

 

평지 같은 등로가 내리막길로 이어지며 수레길이 좌우로 펼쳐지는데 대간길은

좌측으로 이어지고 조금 진행하다 이 수레길을 버리고 우측의 능선길로 들어선다.

잡목이 많은 이 숲길은 진달래 가지와 키 작은 소나무 가지가 많아 여름철에는

만만치 않겠다.

 

후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수레길에서 대간 들어서는 길을 놓친 것 같다.

하지만 곧 따라올 거라 생각하며 걱정 없이 그냥 진행한다.

시야가 터지며 잡목지대를 벗어난 지점에서 잠시 기다리다 후미 소리를 확인 후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잠시 후 작은 임도가 나타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진행하는데 맞은편에서

북진하는 대간꾼이 지나간다.

잠시 후 몇몇이 또 지나가고 백학산 밑의 임도에 내려서니 또 몇 분이 식사 중이다.

 

07:40

잠시 쉬며 일행이 건네준 과일을 먹으며 도면을 확인해보니 큰재까지 임도가

연결되어 있어 임도로 진행하자는 농담도 나온다.

다시 백학산을 향해 오르며 한울타리님이 거인산악회가 회룡재-신의터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또 마주치는 산님에게 몇 마디 물어보니 다음 산악회란다.

 

언뜻 깊숙이 눌러쓴 모자와 안경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 이구 대장님인데? 하지만 벌써 저만큼 내려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빗소리님과 밤도깨비님은 이구대장과 만나 10여분 가량

얘기를 나누었으며 거인산악회 산행에 다음 까페10명이 같이 산행하는 것 이었다.

 

08:15

백학산 정상에 오르기 전 능선에 오르면 백학산은 좌측으로 가야하며 우측으로

잘 발달된 능선이 보인다. 북진하는 사람들에겐 주의할 지점이나 표지기가 워낙

많이 붙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

 

정상엔 멋진 거목과 정상석이 있다.

잡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지만 날씨가 맑아 속리산과 구병산이 멀리 보이고

윤지미산과 우리가 지나온 능선들이 작게 조망 된다.

정상을 지나 약간 우측으로 돌아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봉우리에서 식사를 한다.

 

아직까지는 쌀쌀하지만 바람이 없으니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져 춥진 않다.

1시간 가까이 식사시간을 갖고 다시 일어선다.

자주 뒤돌아 보지만 잡목에 가려 백학산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

 

등로는 크게 U자를 만들고 다시 좌측으로 이어져 윗왕실에 도착한다.(09:55)

넓은 임도 위로 동물 이동통로가 생기고 임도 자체가 더 넓어지고 정리가

말끔하게 되어있다.

 

등로는 다시 잡목구간으로 이어져 소나무 숲을 많이 지나게 되는데 봄이면

솔내음이 가득할 것 같다.

고도를 약 200정도 올린 봉우리 지점에서 등로는 우측 방향으로 90도 꺾이고

곧이어 개터재에 내려서게 된다.

 

11:10

개터재 우측으로 보이는 마을에 초등학교로 보이는 학교 건물과 그 뒤로 보이는

마을 모습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느껴져 한번 둘러 보고픈 생각도 든다.

개터재에서 올라서는 길 위에 새로 묘지를 쓴 탓인지 기존의 등로를 잡목으로

막아놓아 그 옆으로 가파르게 오른다.

 

높게 보이는 봉우리를 좌측사면으로 우회하게 되는데 육산임에도 불구하고

잘게 부숴진 너덜로 사면을 이룬 지역을 3곳이나 지나게 된다.

사면 위를 올려다 보아도 바위가 보이지 않는데 등로와 등로 밑으로 부숴진

돌들이 사면으로 이어져 있다.

 

11:55

회룡재에 내려 선다.

표언복 교수의 비닐 코팅지 만이 이곳이 회룡재임을 알려준다.

등로는 다시 낮은 능선상으로 이어지며 진행 방향으로 다음 구간의 수봉

머리엔 흰 눈을 얹은 채 중압감을 주며 버티고 서 있다.

 

우측의 잡목 사이로 한우를 기르는 축사가 언뜻언뜻 보이다 축사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 따라 한 구비 돌아 가다 좌측으로 대간 능선이 이어 지는데 이상한 느낌에

뒤 돌아 보니 대간길은 임도를 가로 질러 임도 우측의 봉우리에 올랐다가

봉우리 좌측으로 내려와 능선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대간꾼들의 모든 표지기가

편한대로 임도 따라 붙어있다. 이 임도는 임도 우측의 봉우리에서 시작되는 계곡의

사면을 메워놓은 임도 이다.

 

후미에서 뛰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1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늦었다는 것이다. 에구 나는 힘 없는데

할 수 없이 덩달아 빠른 걸음으로 지금은 폐교가 된 큰재의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에

내려 선다. (13:20)

 

이번 구간의 뒤풀이도 월류님의 수고가 많았다.

지난 구간의 뒤풀이를 월류님의 고향집에서 멋지게 가졌으나 이번에는 일식 음식점을

하신다는 숙부님의 집에서 진수성찬을 뒤풀이 선물로 받았다.

며칠 전 생신을 맞으셨었다는 월류님의 어머님께 인사도 드리고 또 친구분들과

몇몇 회원들간의 즉석 부킹(?)의 무대도 만들어 지니 잔칫집이 따로 없다.

 

이 모두 후덕한 우리네 전통의 인심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모처럼 고향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자리여서 모두가 흡족한 마음들 이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