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백팀 중재-매요리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5, 8, 7 (일)
산행구간 : 중재-월경산-광대치-봉화산-복성이재-사치재-매요리
날 씨 : 오전 구름속, 이후 햇볕아래 찜통.
추백팀.
서먹서먹한 얼굴로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모인 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이번 산행이 45회차 산행으로 대간길은 지리산 구간만 남게 된다.
사실 지리산도 이곳 저곳 다닐 계획이었지만 경방기간도 걸리게 되면
내년으로 미루어지게 되므로 종주를 마무리 지어 놓고 지리산의 이곳 저곳을
다니기로 한다.
중기마을의 좁은 길에서 버스의 회차가 힘든듯 버스 기사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번 오시던 기사분이 아니면 버스 승차의 느낌이 좋지 않았었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가 보다.
어둑어둑한 수렛길을 올라가며 훤해지며 20여분 후에 중치에 올라선다.
잠시 숨을 고른뒤 이슬에 옷들이 젖어 들고 언덕길을 미끄러지며
월경산을 향해 오른다.
주변의 나무 사이로 희긋희끗 하게 보이는 것은 구름이 깔려 있는 것이니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전망대만 나오길 기다리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나무 사이로 간신히 장안산과 백운산 조망을 살필 수 있는 곳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전망대가 나타나질 않는다.
월경산 갈림길이다.
월경산은 이 갈림길에서 약 7-8분 거리에 좌측으로 비껴서 있다.
북진하는 경우엔 반대로 우측에 비껴 서있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월경산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많이 다닌 흔적은 아니다.
정상은 예전엔 헬기장으로 사용된듯 낡은 보도블럭 깨진것도 몇장 보이지만
키를 넘는 풀들이 빽빽하게 차있어 조망도 없고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도
없는 그런 봉우리 이다.
조망이 없는 월경산에 약간은 실망하고 급히 내려오며 대간길에 합류하니
부리부리님이 쉬고 있다가 어디 그쪽에서 내려 오시냐고 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행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서둘러 물을 말아 훌훌 먹고 일행에 합류한다.
오늘은 “부산 산사람들” 중 몇 분이 복성이재에서 국수를 끓여 점심을
대접 하신다고 하니 일행들 모두가 기대에 찬 눈빛이다.
아침 식사 후 능선 길에 웬 전방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철책선이 쳐져 있고
철책선 옆으론 방화선 같이 2m정도의 사계청소가 되어 있다.
모두 놀라며 이게 무슨 철책선이냐고 궁금해 하며 가다 보니 일순간
앞으로 조망이 확 터지며 구름 사이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이는데
지리산의 천왕봉임을 알 수 있다.
모두 조망에 취해있다 내리막길을 무심코 내려가다 보니 앞서가던 사람들이
길이 없다며 되돌아 오고 있다.
엥? 이게 무슨 일?
나침반의 방향이 우측을 가리키고 있다.
뒤 돌아 올라가며 보니 철책과 방화선 사이를 나무뿌리 등으로 막아 놓았으며
대간길은 봉우리에서 내려오며 우측 내리막길의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나
공교롭게 그 지점에서 아래와 우측은 보지 않고 멀리 보이는 지리산만 보고
그냥 앞으로 진행한 것이다.
지난 구간 산행시 깃대봉 못미친 곳에서 철망 따라가다 알바한 것도 생각나니
철망만 나오면 알바 한다고 누군가 얘기 한다.
고도를 낮추며 분 내려가면 광대치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으로 내려갈 수 있으며
좌측으로 내려가면 경남 함양군 백전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내려 왔으니 다시 땀 한번 흘리며 오르다 보면 전망대 바위를 지나
봉우리에 오르고 봉우리에서 조금 더 가면 제법 넓은 바위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넓은 바위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 보지만 역시 구름에 덮혀 있고
가끔 구름이 걷히며 들어나는 조망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몹시 거친 가시를 품고 있는 덤불들과 잡목이 기다리고 있었다.
키를 넘는 풀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아마 대간 길에서 가장 악명 높은 잡목의 구간이 아닐까 생각되는 봉화산
구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붉은 보라색을 띠고 있는 패랭이 꽃들이 많이 보이고 복성이재에서 출발했다는
마주오는 대간꾼들이 지나친다.
임도를 안내하는 장수군에서 세운 표지판이 있는데 이 임도는 우리가 가야할
능선 밑으로 계속 이어져 있다. 임도 표지판을 지나고 봉화산을 바라보니
걸음 빠른 선두는 벌써 봉화산 정상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넓은 목장의 초지를 가는 느낌으로 풀숲의 터널에 뭍혀 봉화산 정상에 오른다.
글씨도 지워져 잘 안보이는 정상 표지판이 반긴다.
아직까지도 주위는 구름에 가려 있으나 지나온 능선쪽 길은 잘 보이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후미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머문다.
복성이재에는 벌써 부산에서 국시장수들이 도착해 좌판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봉화산을 내려오며 산딸기 가시가 여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잡목과 가시 때문에 가뜩이나 더운 산행이 더 더워지는 것 같다.
돌배와 으름을 처음 사진에 담아 보며 무슨 열매인지 궁금해 했으나
소슬님이 으름이라고 알려준다.
치재에 내려서고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만 넘어가면 복성이재 이다.
복성이재에서 기다리고 있을 부산님들을 생각하며 봉우리에 오르니
목장 건물이 마치 천문대의 관측소 같은 모습으로 보이며 저 아래
구불 거리는 복성이재와 그 너머의 시리봉까지 보인다.
복성이재에 내려서니 반가운 부산님들이 반겨 주신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국수에 국물을 부어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간장과
고추장을 넣어 휘~휘~ 저은 후에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이 맛을
글로는 차마 표현할 수가 없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 시원하고 잘 익은 수박을 한쪽씩 입에 베어무니
달콤한 맛과 시원함에 산행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다.
자근산 형님은 여기서 접고 같이 강가에 고기 잡으러 가자고 하신다.
부산 산사님들의 정성어린 점심 대접을 받으며 한시간의 시간이 흘러
아쉬운 작별을 한다.
부산님들은 고기 잡으러 가시고 우리는 남은 구간을 이어 간다.
국수와 수박으로 포식한 상태에서 오르막길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아막산성터를 오르고 돌탑을 지나 시리봉을 좌측에 두고 넘는길에
반대편에 무슨 작업을 하는지 포크레인의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린다.
중간 중간 쉬고 있던 대원들을 합류하며 진행한다.
심한 잡목과 더위에 많이 지친 모습들 이다.
새맥이재에 내려 선다.
더 이상 진행이 힘들다고 무릎 통증을 얘기하는 대원과 함께
당동으로 내려 오기로 하며 운산님께 후미를 맡긴다.
도면상으로 좌측의 당동마을이 가깝게 보이나 마을로 향하는 길이 보이질 않고
반면에 우측 방향으로는 길의 형태가 뚜렷이 잘 나 있다.
하지만 집결 장소로 가려면 좌측의 방향으로 내려서야 하므로 숲에 가린
길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진행하니 예전에 무슨 절이 있었는지 당간 지주가
2개 서 있고 넓은 공터엔 잡초만 무성하다.
수렛길을 따라 내려오니 논이 보이고 물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곧이어 마을이 나타나고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곧이어 고속도로를 이동통로로 지나고 사랑의 교회를 지나 아곡리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미리 전화를 해둔 버스가 저기 오고 있다.
매요리 매점에서 땀을 씻어내고 뒤풀이는 덕두봉이 바라다 보이는 구인월의
어탕집에서 갖는다.
부산님들은 고기를 잡고 요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수도산-가야산 종주 보다 더한 잡목과 무엇보다 정이 듬뿍 담긴 복성이재의
국수를 잊지 못할 기억에 남는 산행이 되었다.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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