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백팀 7차 백두대간 산행 스케치]
언 제 : 2003, 12 , 14 (일)
누 구 : 추백팀 23명
구 간 : 구룡령-진고개 (약 21km, 소요시간 : 후미기준 11시간 40분)
날 씨 : 맑음
14일
구룡령 주차장에서 대원들의 랜턴 불빛이 줄을 이으며 걸음을 옮긴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잘 잔다고 소문이 나있는 나는 준비가 다른 사람 보다
조금 늦어 출발도 맨 후미다.
랜턴을 켜는 순간 . 이런! 랜턴이 작동이 않된다.
엊저녁에 점검시에도 이상 없었는데....
지난 번에는 스틱이 고장 나더니 이번에는 랜턴이 속 썩인다.
월류님이 비상용 후래쉬를 건네 준다.
다행히 월광이라 등로는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후래쉬를 주머니에 넣고
그냥 진행 하기로 한다. 선두를 몇발자욱 따라 가는데 길이 이상하다.
진입부터 알바다. 빽하자고 소리치고 빽하여 정상 등로를 오르며 확인하니
뒤 따른 사람은 나포함 4명이다.
이게 어떻게 된일 인가? 약수산을 오르며 계속 뒤 돌아 보니 랜턴 불빛들이 뒤 따른다.
잠시 쉬며 후미를 확인하며 인원 점검을 해보니 산오름님 과 하얀 이슬님, 영산님이
안보인다. 알고 보니 내가 잘때 한시간 전에 이미 출발 하셨단다. 허걱.
7-8부 능선 부터는 눈이 제법 쌓여 있다.
이렇게 계속 등로에 눈이 있다면 오늘 걷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 했는데 결국은
많이 힘든 산행이 되었다.
한시간이 지나 약수산에 올라선다. 나무토막에 약수산이라고 써있는 정상목이 전부다.
이제 주위는 밝아져서 모든것이 식별되고 바람이 우측 뺌을 때리는데 얼얼 하다.
서둘러 내려간다. 눈길이 계속 되었으나 다행히 미끄럽지는 않다.
1,261봉 아래 바람이 어느정도 잦아든 장소에 선두가 머무르고 있다.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하며 모두들 식사 준비를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몹시 춥다. 아마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는 충분히 되는것 같다.
펄펄 끓는 지개도 밥에 붓는 순간 미지근해 진다. 추위 때문에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서둘러 식사들을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미끄러지면서 헛발을 내딛는 경우가 가끔 생기며 응복산에 오른다.
마주오는 한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나는데 진고개에서
그럼 4시간 가까이 아무것도 못보며 산행 했다는 소린데 그렇게 산행 해야되는 이유는
산행후 지방까지 다시 내려 가야 하기 때문 이란다.
뒤 돌아 보니 하얗게 눈이 덮혀있는 점봉산과 그뒤의 중청이 멋지게 보이며
동해 바다와 구름이 멋지게 어울리고 있고 가야할 두로봉을 보니 아득하게 느껴져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신배령을 통과한다. 원래의 신배령이 있고 도면상의 신배령이 있는데 배나무가 여기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두로봉 까지는 작은 봉우리를 몇개 넘다가 두로봉 가까이에서 좌측으로 돌면서
오르게 되는데 길도 안좋고 미끄럽고 힘까지 빠져 있으니 그냥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다시피하여 두로봉에 오른다. 오늘 영 산행 컨디션이 아니다.
온몸에 진땀이 나는게 허기 졌을때 나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이 증상이 나타나면 나는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된다. 추워서 간식을 먹지 않고 계속 걷다가 이 지경이 되었다.
두로봉 전망대. 시원하게 시야가 트이며 사방으로 모든게 잘 보인다.
뒤돌아 보면 아득하게 설악권이, 또 동해와 우측의 오대산 능선이 손에 잡힐듯 하다.
통제 구역임을 알리는 간판 밑으로 북대령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이 곳이 한강기맥을 시작하는 곳이며 오대산과 계방산을 거쳐 멀리 양수리까지 이어지는
산길로 2달전 운두령에서 시작해 이곳 두로봉까지의 긴 길을 걸은것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북대령에서 두로봉까지는 산책길 정도 인데 오늘의 대간길은 무척 힘들게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허기에 지쳐 여기서 내려갈까 생각도 해보지만 매표소까지 내려갈 생각을 하니 끔직하여
그냥 진고개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잠시 내려가니 바람도 막히지 않는 장소에서 점심을 준비중이다.
오메 반가운거. 난 이제 살았다. 세상에 배낭엔 먹을게 있지만 추워서 배낭도 내리지 않고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다가 이렇게 지치다니 산꾼 맞어?
여럿이 다니는 산행은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어 아무래도 작은것도 소홀히 하게 되는데
이런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 생각 된다.
산에서 감자탕, 닭도리탕 먹은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ㅎㅎㅎ
허기진 상태에서 밥에 국을 말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먹고 닭도리탕도 얻어 먹는다.
잘 먹었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여기서 합니다. 저에게 점심 제공하신 분들 잘 먹었습니다.
이제 점심을 먹었으니 기어서 가도 간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한다.
여전히 8부 능선 이상은 눈에 덮혀 있어 걷는데 힘이 더 들고 찬 바람은 소리를 내는데
마치 바닷가에서 성난 파도가 몰려 오는 듯한 그런 소리가 허공 위를 가른다.
신기할 정도로 하얀 돌이 바위를 이루어 그곳에만 세 무더기 정도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동대산만 넘으면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다.
전위봉이 4-5개 정도 나오리라 생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전위봉들 이기에 넘기에 힘이 덜 든다.
하얀 눈 위에 선두가 써 �은 글이 보인다. "오케이
아마 영산님과 산오름님이 통과한 시간인것 같다. 내 시계는
이제 동쪽 사면은 햇볕도 들지 않고 서쪽 사면과 진고개 너머
햇볕이 들고 있다. 그래서 인지 더 바람이 부는것 같고 빨리 하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대산이다. 넓은 헬기장에 앉아 후미 몇분과 간식과 물을 나누어 먹는다.
후미를 약간 뒤로 하고 조금 빨리 내려온다. 상황을 보기 위해서...
산오름님의 전화가 켜져 있고 그냥 마구 내려 오란다. 조치 다 해 놓았다고. ㅎㅎㅎ
진고개 계단위의 공터에서 빗소리님 일행이 전화 통화가 안된다며 기다리고 있다.
그냥 내려 오시라고 하며 계단을 내려서니 진고개 휴게소 주차장에 버스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다.
이때 시간이
때마침 도착되는 구름 나그네님의 산행 안부 메세지도 도착되니 마음 씀씀이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하고 진부의 유명한 부일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구수한 된장 찌개와 24가지의 각종 나물. 또 구수한 숭늉. 맛있는 저녁이다.
더우기 오늘은 안개무침님의 생일 이란다. 산행중에 잠깐 얘기 하셨지만 공수부대에
입대해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오늘 대간길에서 아들 생각하며 같이 고생 하시겠다고
했었다. 조촐하게 케�도 준비하여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생일 축하 자리를 가진다.
오늘의 저녁 식대는 생일을 맞으신 안개무침님이 계산 하셨다.
케�에 눈이 어두운 가시거리님이 다음 회차에 생일 이라고 하다가 식대 정산 얘기를
듣는 순간 생일 아니라고 소리쳐 좌중이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된다.
추백팀의 산행과 분위기가 이렇게 익어가고 있고
첫눈을 마음껏 밟고 미끄러진 좋은 산행이었으며
안개무침님의 생일 다시 한번 축하 드리며
같이 산행 하신 모든 분들 같이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다음 구간에 뵙지요.
에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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