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13 ] 백봉령,청옥산,두타산,댓재

에 버 그 린 2007. 10. 27. 14:07

 

[눈보라 속의 백봉령-댓재]-추백팀의 11차 대간길

  

       : 2004 , 2,  22 ()

산행 인원 : 추백팀 18 

산행 구간 : 백봉령-이기령-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댓재

       : -안개(구름)-싸라기눈-함박눈-눈보라

 

 

출발 며칠 전부터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구간이고 사실 백두대간 중 구간거리가

제일 길고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은 어려운 구간이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기령 이나 연칠성령에서 끊기로 잠정 결정을 하고 출발한다.

 

몇몇 분이 사정으로 불참하시고 대신 세석님과 가끔 산행 하시는 두리님이

같이 오셨다. 두리님은 얼마전 동촌님과 유케이님과 함께 가리왕산에서

야영을 함께 하셨던 걸로 기억된다.

 

어둠에 덮힌 백봉령은 가랑비 정도가 얼굴에 뿌리고 있었고

가뜩이나 어려운 구간이라고 소문이 난 탓에 대원들 대부분이 잔뜩 긴장하며

산행 준비에 바쁜 손놀림이다.

 

아예 처음부터 비옷 바지를 챙겨 입는다.

속에 땀이 차서 모두 젖을 지라도 등산화 속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바지도 더러워 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04:50

고요한 어둠속의 전나무 숲으로 18명이 들어 선다.

약한 가랑비 정도가 얼굴에 뿌리지만 산행 하기엔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폭신폭신한 느낌이 발을 통해 전신에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측으로 철탑이 보이고 곧 이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자켓을 벗어 배낭 속에 넣는다. 이정도 비라면 그냥 진행해도 괜찮겠다고

모두들 벗고 시원 하다고 하며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 진다.

걱정했던 눈은 계속 내린 비에 모두 녹아 없어지고 그늘진 곳에만 얼음이 되어

낙엽 밑에 숨어 있으니 더 조심스럽다.

 

걷기 좋은 길이 계속된다. 고도차 없이 이런 길은 한동안 이어지고

다른 때 같으면 여명이 시작될 시간인데도 칠흙 같은 어둠이 계속된다.

 

06:30

서서히 주위의 사물이 식별이 되며 빗줄기도 약해져 이제는 그치는 것 같다.

20여분후 헬기장인 1,022봉에 올라 잠깐 주위를 둘러 보니 상월산이 앞에 보이고

시야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내려서는 길은 작은 암릉길인데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은 절벽이고

오른쪽은 경사가 완만하니 동고 서저의 우리나라 지형이 잘 나타난다.

옛 선조들의 그림에 잘 나타나는 절벽과 소나무는 잘 어울리는 한쌍인데

좌측의 절벽지대들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나무 숲길을 기분좋게 달려 내려오니 우측에 임도가 보이고 곧 원방재로 내려선다.

 

07:30

원방재 입구의 등로앞에 서있는 나무는 온통 표지기로 옷을 입고 있어

어찌 보면 흉하고 어찌 보면 그런대로 멋이 있다.

가끔 표지기로 인한 논쟁들도 분분하던데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이 모두 다를테니

각자의 생각이 모범답안이 아닐까 생각도 된다.

 

상월산으로 오른다. 상월산은 2개가 있는데 남진하며 오르는 상월산이 진짜(?)이고

북진하며 오르는 상월산이 가짜(?)라고 한다.

밑에서부터 슬금슬금 올라오는 새벽녁의 안개가 빠른 속도로 올라온다.

원방재에서는 안개가 없었으나 상월산 중턱에서 보니 원방재까지 덮혀 있다.

상월산의 9부 능선쯤에서 뒤 돌아 보니 절벽과 안개의 멋진 조화가 이루어져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08:40

두번째로 만나는 가짜(?)상월산을 지나 이기령으로 향하는 평평한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다. 오늘은 구간이 길어 식사를 간단히 하기로 해서인지

따뜻한 국물만 만들어 빠른 식사를 하고 이내 출발이다.

이번 구간은 소나무숲을 실컷 구경하고 지난다. 아쉬운 것은 비가 내려서인지

3주전에 치악산 구룡사 앞에서 느꼈던 짙은 솔 내음을 느낄 수는 없었다.

 

09:40

이기령에 내려선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곳에서 끊으려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차지 않은 봄이 느껴지는 그런 바람이 불고 있다.

당연히 계속 진행하는 걸로 중지가 모아지고 발걸음은 갈미봉으로 이어진다.

 

간간히 나타나던 나무 줄기가 흰색으로 되어 있던 나무 군락이 나타나는데

자작나무라고 얘기를 듣는다. 마치 일부러 심어 놓은듯한 인상까지 풍기는데

군락을 이루고 있어 그 모습은 멋진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나무 군락을 지난 헬기장 봉우리를 넘어서는 이 구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너덜 형태의 걷기 좋지 않은 등로가 한동안 이어지며 그쳐 있던 가랑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며 줄기도 좀 더 굵어졌다.

작은 형태의 암릉도 간간이 나타나고 눈과 물기가 묻은 너덜은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바짝 정신 차리고 지나간다.

 

11:40

갈미봉이다.별 뚜렷한 특징 없어 그대로 지나친다.

이후 산길은 잡목이 많아 여름철엔 고생 꽤나 하겠다.

지나치며 모자가 잡목에 걸려 자꾸 벗겨져 짜증난다.

모자를 몇 번이나 떨어뜨렸는지 모른다.

바람도 오히려 아침 보다는 차가와 졌다.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을 피하려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등로를 확인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비에 젖어 손도 시렵다.  새것으로 바꾸어 끼려다

나중을 생각해 물을 꼭 자내고 다시 끼어 사용한다. 폴라플리스 장갑은

물을 꼭 짜내면 그런대로 다시 쓸 만 하다.

 

12:50

오름길을 꾸준히 올라 고적대에 올라선다.

고적대란 표지석이 서있고 주위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오늘은 쉴 수도 없다. 앉을 곳도 없고 앉을 수도 없다.

배낭을 맨 상태로 잠시 서 있다가 바로 내려선다.

내려서자 마자 우측의 잘 나있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바로 암릉을 타고 내려 온다.

다행히 비가 와서 눈이 녹아 있으니 그 길로 내려올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보조자일을 이용 하거나 우회해야 한다.

 

그렇게 몇 군데 조심할 곳을 지나 내려오며 좌측으로 멋진 절벽을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오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13:20

연칠성령에 도착한다.

무릉계에서 올라온 5-6명이 식사를 하고 있을뿐 그외 산님들은 우리 뿐이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국물만 만들어 급하게 먹는다.

이기령에서 이정도의 비가 왔다면 아마 산행을 중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식사후 이곳에서 두리님과 세석님이 무릉계로 내려 가신다.

두리님은 일반 산행차 오셨고 세석님은 두리님을 혼자 보낼 수 없는 처지이다.

 

 

14:30

식사후 헥헥대며 오르니 청옥산이다. 이젠 비대신 싸라기 눈이 되어 내린다.

표지석이 떨어져 따로 있으며 이곳도 아무것도 볼 수 없으므로 그냥 내려선다.

박달령을 지나며 박달령 선배님을 생각한다. 홀대모의 고문님으로 왕성한

활동도 하시지만 광교산 일대는 박달령 선배님의 이정표가 확실한 교통 지도

역할을 하고 있다.

 

청옥산 30, 두타산 1시간 이라는 표지목을 본다.

마주오는 산님이 있다. 아버지 인듯한 남자와 딸 인듯한 앳된 모습의 여자

2명이다. 이들은 대간 보충수업을 하고 있으며 댓재에서 여기까지 4시간가량

소요되었고 연칠성령에서 내려갈 것이라 한다. 안전산행 하라고 인사 후 바로

무명봉에 이르자 두타산 1시간 20분이란 팻말과 1시간 10분이란 팻말이

두개가 나란히 있다. 도대체 뭐가 어떤 건지 모르겠다.

 

점심 식사후 장갑을 갈아 끼웠으나 물이 먹어 또 축축하다. 한차례 또 비틀어 짠다.

희미한 시야 속으로 시커멓고 거대한 봉우리가 모습을 나타내는데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저 봉우리가 오늘의 마지막으로 넘게 되는 두타산 이다.

 

이제 눈은 거의 함박눈처럼 내리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 오른쪽 뺨은 내 뺨이 아니다.

마치 파도치는 소리와 같은 바람이 불어대고 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고소모를 내려쓰니 견딜 만 하다.

얼마간을 땅만 쳐다보고 오른다. 등로며 나무의 한쪽(바람 맞는쪽)이 눈으로 덮혀

온통 하얗게 변해간다. 앞 사람의 발자국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워진다.

 

15:50

11시간 만에 두타산에 올라선다. 큰 정상석이 맞이 하고 있으나 불어대는

바람에 오래 머물기가 힘들다. 배고프다는 월류님과 몇몇분과 함께 떡으로

간식을 나눈다. 얼마 전119 응급차에 실려 갔었다는 월류님의 파이팅에 찬사를

보낸다. 아직까지 컨디션이 회복 되지도 않았을 텐데 투지가 정말 대단하다.

 

추워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종착지인 댓재 화살표를 보고 내려선다.

눈보라는 계속 되어 그칠 줄 모르고 멋진 소나무 숲도 그림의 떡인 양

눈에 들어 오지도 않는다.

오늘 구간은 멋진 소나무를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구간 이었으나 일기가 좋지 않아

제대로 보질 못한다.

지루하게 내림길이 이어진다. 내림길 이지만 몇 차례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고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은 이제 어둑어둑해져 가는데 갈 길이 바빠진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 앞에 봉우리 하나가 나타난다.

아이고 날 죽여라 하고 올라서니 저 앞에 높은 봉우리가 바라다 보인다.

? 저건 뭐지? 저건 다음 구간에 갈 봉우리 아녀?

예전에도 봉우리가 이렇게 많았었나? 그 동안 누가 봉우리 사재기라도 해서

이곳에다 몰래 쌓아 두었단 말이여?

 

하지만 등로는 날잡아봐~라 하면서 그 봉우리로 이어진다.

이를 물고 그 봉우리를 넘어서니.

허걱! 그만한 봉우리가 또 다시 내 앞에 떡~하고 버티고 서있다.

안되겠다 싶어 큼직한 쵸컬릿을 하나 까서 입에 털어 넣는다.

그래 ,두타야, 에버 주기라 주겨!

 

결국 그렇게 봉우리를 넘어 서고서야 댓재의 휴게소 불빛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주위는 컴컴해 졌으나 등로 확인은 할 수 있어 내쳐 달린다.

드디어 산신각에 도착하니 이때가 18:20 .

백봉령-댓재 구간을 비와 눈과 바람을 이기며 추백팀의 13시간30분의

산행이 마감된다.(후미기준, 선두는 이보다 약 1시간 정도 빨리 하산완료)

 

추위에 떨다 내려와 댓재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안마셔 본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먼저 내려와 기다리던 세석님이 도착하는 사람에게 막걸리를 한잔씩 권하고

술 못하는 나에겐 특별히 콜~라를 준비 하셨다. 세석님 고맙습니다.

오늘의 뒤풀이는 가시거리님의 바쁜 일정이 있어 생략하고 바로 서울로

돌아 온다.

 

좋지 않은 날씨와 등로 사정에도 불구하고 무사하게 완주하신

추백팀 여러분 모두 고생 하셨습니다.

다음 구간에 더 반가운 모습들 기대 합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