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산행스케치

추억의 백두대간 1

[ 추억의 백두대간 15 ] 피재,금대봉,함백산,화방재

에 버 그 린 2007. 10. 27. 14:12

 

[추백팀 13차 피재-화방재 백두대간 산행 스케치]

 

산행일자 : 2004 , 3 , 28 (일)

산행인원 : 추백팀 21명

산행구간 : 피재-매봉산-비단봉-금대봉-싸리재-은대봉-함백산-만항재-화방재

      씨 : 구름을 못 보았슴

 

 

이번 회차도 역시 광화문의 촛불집회 때문에 모두 양재역으로 모이는 날이다.

운산님과 수객님이 사정으로 참석을 못하고 칼잽이님과 눈높이님 그리고 월류님의

아들인 초등학교 6학년인 한슬군이 참석을 하여 산행인원은 21명이 되었다.

한슬이는 가끔 아빠를 따라 북한산을 다녔으며 이번에 10시간을 산행 하였으니

앞으로도 10시간 정도 구간은 오겠다는 대단한 투지를 보였다.

 

새벽의 피재는 바람도 없이 별이 주먹만하게 보이며 아주 포근하여

오늘의 산행이 아주 좋으리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5시 20분.

신선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농장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오른다.

등로는 50여 m를 지나 좌측으로 오르게 된다.  철망 펜스를 좌측으로 두고

낙엽송의 푹신한 길을 잠깐 걷다가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고 다시 산길로

들어가기를 몇 번 반복하니 주위가 훤해지기 시작해 랜턴을 끄고 간다.

배추밭을 지나는데 산님 3분이 내려온다.

 

싸리재에서 2시 30분에 출발하여 오는 중 이라는데 그럼 이 사람들은 주위를 본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단지 본 것이 있다면 배추밭으로 가는 포장도로만 본 것이 된다. ???

 

정맥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부산의 건건산악회 리본이 보이니 이곳이 낙동정맥의

분기점인가 보다.

구름 나그네님이 고 연숙님을 그리며 뭐를 걸어두고 나름대로의 추모식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그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6시 10분 .

40여분을 올라 매봉산에 오른다. 매봉산에는 이동 통신탑과  산불감시 초소가 있으며

이곳에서 멋진 일출을 맞이한다. 감탄을 연발하며 덕항산 위로 솟아 오르는 일출을 감상하고

간단한 산제를 지낸다.

많지는 않지만 간단히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산제를 지낸 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오늘의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오늘도 역시 세석산장님의 장난끼가 발동되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건너편의 함백산이 가깝게 보이며 가야할 능선이 길게 이어져 보인다.

싸리재를 사이에 두고 좌측의 은대봉과 우측의 금대봉이 사이 좋게 보이는데 시야가

너무 깨끗하여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비단봉을 지나 전망대에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쑤아밭령에 내려선다.

표언복님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이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을 한울타리님이 주워 제자리에 놓아둔다.

금대봉으로 오르는 산길에 노랗게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름이 "복수초" 라고 한다.

몇 송이가 무리를 이루어 있으며 여기저기 여러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대봉에 오르니 산불 감시초소가 있으며 사방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조망이 펼쳐진다.

지나온 매봉부터 이어지는 능선과 그 뒤의 큰재의 배추밭과 덕항산까지 모두 볼 수 있고

남서쪽으로는 강원랜드인 카지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과 서쪽으로는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들의 모습이 멋지게 이어진다.

가야 할 방향으로 은대봉과 함백산, 또 다음 구간에 가야 할 태백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다가 월류님과 한슬이가 도착하니

같이 내려온다.

두런두런 부자가 얘기하며 내려 가는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싸리재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한 무리의 마주 오는 산님들이 지나가며 모두들 한슬이에게

대단하다고 화이팅을 외치며 지나간다.

 

09:50

싸리재에 내려서니 태백시에서 세워 놓은 큰 입간판과 돌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도 한참을 쉬어간다.

힘겹게 은대봉에 오르니 주위가 잡목에 가려 조망이 없다.

은대봉에서 함백산까지 가끔 이정표가 나타난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은

잔설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조심해 올라야 한다.

 

쉼터를 몇 군데 지나 안부에 도착되니 선두가 반갑게 맞이한다.

선두는 이미 점심을 마치고 떠날 준비까지 마치고 있었다.

 

월류님의 배낭에서 큰 양푼이 나오더니 각종 나물과 고추장이 나오고

산채 비빔밥이 만들어지니 먼저 식사를 마친 선두 그룹은 침만 꿀꺽 삼키고 있다.

여태 산행하며 양푼이 배낭에서 나온 것은 이번에 처음 보았다.

콩나물 국과 곁들여진 점심식사는 날씨만큼이나 환상적 이었다.

 

선두는 출발하고 후미는 차 한잔 하고 천천히 뒤따른다.

전망대에 오르니 봄바람도 살살 불고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들을 바라보니 더 이상

가기가 싫어지고 마냥 머물고 싶지만 선두가 많이 기다릴 테니 또 발걸음을 옮긴다.

철망옆의 멋진 주목을 감상하며 함백산으로 오른다. 이때가 12:50 .

선두는 이미 내려간지 오래 되었을 것이다.

 

정상석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산신에게 그들의 소망을 빌고 있어서

그 옆에서 한커트씩 기념촬영을 한다.

아래로 보이는 임도와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음 구간인 태백산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버티고 있다.

 

이젠 내리막길 밖에 없다고 한슬이에게 용기를 주고 천천히 내려온다.

포장된 임도를 건너 걷기 좋은 숲길을 벗어나니 만항재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성기님이 음료수 한 캔씩 사 주시니 시원함에 단숨에 넘겨 버린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려는데 산불 감시요원이 다가와 어데로 가는냐며

산불조심에 대해 강한 부탁을 한다.

통제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감시요원 아저씨 융통성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낙엽송과 산죽이 멋진 조화를 이루어 폭신폭신한 발걸음을 느끼며

내려오니 저 밑에 꼬불꼬불한 도로가 보이며 화방재 휴게소에 내려서게 된다.

이렇게 한슬이와 함께 10시간의 산행을 마치게 된다.

선두는 이미 자리 잡고 홍어가 맛이 있네 없네 하며 막걸리병이 이리저리 돌고 있다.

 

화장실의 물은 손을 씻기에도 차갑다. 수건에 물을 뭍혀 땀을 씻어내니

개운하기가 이를 데 없다.

멀리서 공수 된 홍어와 돼지고기, 김치를 겉들인 삼합은 처음 먹어 보지만 정말 꿀맛이다.

 

홍어를 공수하신 유케이님, 막걸리를 공수하신 세석산장님, 샴푸를 기념품으로 나누어 주신

산마루님, 그리고 10시간 이라는 긴 산행을 불평 없이 해낸 오늘의 주인공 한슬이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에버그린